'휘는 디스플레이' 소재 그래핀 콘돔의 혁명을 이끈다

(맨체스터/캠브리지 로이터=뉴스1) 권영미 기자 = 폴란드의 바르샤바에 위치한 연구소인 ITME의 한 연구원이 그래핀으로 코팅된 실리콘 카바이드 디스크를 들어 보이고 있다. © 로이터=뉴스1

</figure>지구상 '가장 얇고 강한' 소재 '그래핀(graphene)'으로 만든 콘돔이 그래핀 혁명을 몰고 올 총아로 부각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9일(현지시간) 특집 기사에서 신소재 그래핀이 다방면에서 응용됨으로써 인류 생활을 획기적으로 바꿀 것이지만 그중 최고의 변화는 그래핀 콘돔이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통신은 소재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지만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용화 연구가 느렸던 영국이 그래핀 콘돔의 성공으로 이 분야의 주도권을 되가져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래핀 시티'의 꿈

그래핀은 연필심의 흑연을 뜻하는 ‘그래파이트(graphite)’와 탄소 이중결합 형식을 띤 분자를 뜻하는 접미사인 ‘ene’를 결합해 만든 이름이다. 이는 10년전 영국 맨체스터 대학에서 처음 개발해 태블릿에서 약물전달 기술, 콘돔 등 다양한 제품에 쓰일 수있는 소재다.

특히 강하고 안전하며 감촉이 좋은 특성이 있어 이 소재가 콘돔의 재료로 사용돼 상업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

맨체스터 대학은 정부가 지원한 1억 달러로 내년에 국립그래핀 연구소를 열 예정이다. 맨체스터 대학은 이를 바탕으로 맨체스터가 실리콘 밸리 같은 역할을 하는 '그래핀 시티'로 발전하길 바라고 있다.

이미 맨체스터 대학은 지난해 11월 그래핀과 엘라스틱폴리머를 합성해 만든 콘돔으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빌 게이츠 부부가 설립한 빌&멜린다 재단이 개최한 차세대 콘돔 공모전에 참가, 80여개 아이디어중 최종 11개 당선작으로 선정된 것이다.

당시 맨체스터 대학 뿐 아니라 미국 에이펙스 메디컬 테크놀로지 연구소는 '콜라겐 콘돔', 미 오리건 대학은 '형상기억 콘돔'을 내놔 당선돼 각 10만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이제 올해 11월까지 상용화 아이디어를 내 당선된 한 팀은 100만 달러를 지원금으로 받게 된다.

◇삼성전자 등에 뒤진 그래핀 특허, 콘돔으로 만회?

그간 영국 과학계는 지구상 가장 얇은 물질일 뿐 아니라 강철보다 200배나 강한 이 물질을 어떻게 상품화해 수익을 거둘지 고민하다가 특허권 경쟁에서 뒤져 한국, 중국, 미국 등에 밀려난 세계7위에 머물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가장 많은 그래핀 관련 특허를 보유한 기업으로 이 물질의 유연성을 이용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등의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국은 항공분야와 제약부문 같은 일부 산업 분야에 강세다. 하지만 최근 화이자가 영국 2위 제약업체 아스트라제네카 인수에 나서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작은 실험적 연구소들의 다양한 연구가 필요함에도 글로벌 거대자본에 잠식되게 되면 당장의 상용화에만 매달리게 돼 그래핀 같은 신소재의 개발이나 그래핀 시티 같은 일종의 연구 공동체 수립은 점점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지난주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캠브리지 대학의 연설에서 "영국이 과학 연구에서는 앞서면서도 상업적 혜택은 다른 국가에게 돌아가는 것을 보기만 해왔다"면서 이런 위기감을 드러냈다.

맨체스터 대학은 그래핀이 모바일 폰, 태블릿 PC, 비행기 날개, 정수 시스템, 암 표적치료 등 다방면에 쓰일 수있는 기술이지만 콘돔이 시장은 작아도 그래핀의 탁월한 특질을 뽐낼 수 있는 가장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맨체스터 대학 측은 "강하면서도 라텍스의 유연성을 가진 이 신소재로 만든 콘돔이 자연적 느낌과 안전성에 탁월해 차세대 피임법으로 각광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는 무엇보다 더 기분좋은 신소재를 생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ungaunga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