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노벨경제상 파마와 실러의 공적 "공동수상감 맞다"

(서울 로이터=뉴스1) 권영미 기자 = 런던정경대(LSE)의 존 케이 교수는 15일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에서 파마 교수와 실러 교수의 이론을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과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에 비유하면서 이 둘이 노벨 물리학상을 함께 받은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파마 교수는 그동안 인간의 합리성에 기반을 둔 '효율적 시장가설'의 주창자로 유명한 반면 실러 교수는 금융시장의 비이성적인 측면을 강조해왔다. 그러므로 두 교수의 이론은 천동설과 지동설처럼 공존할 수 없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유명 경제관련 블로거인 노아 스미스 스토니브룩대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파마교수와 실러 교수의 관계는 프톨레마이오스와 코페르니쿠스라기보다는 뉴턴과 아인슈타인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뉴턴의 중력의 법칙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나 양자물리학의 발견에 의해 '부정'되지 않았다. 여전히 뉴턴의 법칙에 의해 달 로켓이나 대포알의 낙하 지점 등 경험적으로 실제적인 많은 문제들이 해결되고 있으며 아인슈타인은 이를 일부 '업데이트'했다는 것이다.

같은 식으로 파마 교수의 이론은 실제 투자에 있어서 수많은 현상들을 설명해왔고 실러 교수의 이론은 이를 부정하기 보다는 일부 미비한 점을 보강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비슷한 맥락의 주장들은 로이터통신의 칼럼에서도 이어졌다.

제임스 새프트 칼럼니스트는 "파마처럼 투자하고 실러처럼 관리하라"는 제목의 16일자 칼럼에서 파마의 '합리적 시장가설'은 투자자들에게는 여전히 유효한 이론이며, 실러의 이론은 정책입안자들이 유의해야할 이론이라고 밝혔다.

파마의 이론은 시장이 기업의 '가치'를 이성적으로 파악해 주가에 반영한다는 것으로 이 이론은 '가치투자'라는 건전한 투자철학의 토대가 될 수 있다.

반면 올레프 스토벡 칼럼니스트와 빅토리아 덴드리노우 칼럼니스트 등은 연준 등의 정책가들이 파마의 이론에 지나차게 의존해왔던 것을 비판했다.

두 칼럼니스트는 "파마에 따르면, 정보와 이성적 판단의 왜곡 등으로 인해 '저평가'된 주식이 있을 수 없고 이에 따라 적극적인 투자행위나 소극적 투자 행위나 똑같이 수익이 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면서 이는 정책입안자의 판단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파마 교수의 이론이 학계와 금융 현장을 지배했던 2008년 금융위기 직전까지 금융당국은 금융시장에 대한 액티브한 규제가 무용한 것으로 믿으며 닷컴열풍이나 주택거품 등의 심각성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일반 투자자들에게나 기관투자자들, 그리고 정책가, 심지어 글로벌 경제까지 뼈아픈 상처를 남겼다.

만일 투자자들이 20년간 파마의 논리대로 투자에 임했다면? 그간 실제 기업 가치에 따라 수십, 수백배 오른 주식들로 투자자들은 풍족한 노년을 준비하게 됐을 것이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의장같은 정책입안자가 실러처럼 위험을 일찍부터 감지하고 관리했다면? 세계에 불어닥친 대공황 후 최대 경제위기인 금융위기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ungaunga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