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도 과로사?…20시간 일하고 그대로 바닥에 '철푸덕'

누리꾼들 "로봇조차도 끔찍한 삶 원하지 않아"
제작사 "기계 과도하게 인간화하거나 의도 부여해선 안 돼"

미국의 로봇 스타트업 '어질리티 로보틱스'의 물류 작업용 휴머노이드 로봇 '디지트'가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한 물류 박람회에서 시연 중 쓰러진 모습. <출처=어질리티 로보틱스 틱톡 갈무리>

(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 인간의 육체노동을 위해 개발된 로봇이 근무 20시간 만에 쓰러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SNS에는 지난해 3월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유통 박람회 '프로매트 2023'에서 한 로봇이 라이브 시연 중 쓰러지는 모습이 확산됐다.

해당 로봇은 미국의 로봇 스타트업 '어질리티 로보틱스'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디짓'이다. 어질리티 로보틱스는 디짓을 "물류 작업을 위해 제작된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이라며 "창고 및 유통 센터에서 작업을 안전하게 수행하기 위해 제작됐다"고 소개했다.

디짓은 시연에서 앉았다 일어나는 동작을 반복하며 무거운 짐을 옮기는 일을 맡았다. 영상에 따르면 해당 로봇은 20시간 동안 쉬지 않고 업무를 수행했다.

그러던 중 디짓은 한 박스를 컨베이어 벨트에 올리기 위해 선반에서 꺼내는 과정에서 넘어지고 말았다. 디짓은 박스와 함께 쓰러졌고 이내 작동을 멈췄다.

이에 누리꾼들은 디짓이 과로해서 쓰러진 것 아니냐는 추측을 했다. 한 누리꾼은 "로봇조차도 이 끔찍한 삶을 원하지 않는다"고 적기도 했다.

어질리티 로보틱스는 해당 영상을 공유하며 "디짓은 박람회에서 99%의 성공률을 기록했다"면서도 "그럼에도 여전히 몇 번의 실패를 겪기도 했다"고 밝혔다.

리즈 클링켄비어드 어질리티 로보틱스 커뮤니케이션 부사장은 디짓의 오작동 원인으로 소프트웨어 버그 혹은 사소한 센서 오류를 지목했다.

클링켄비어드 부사장은 해당 사건이 "박람회 둘째 날 중간에 발생했다"며 "그 후 이틀 동안 성공적으로 계속 작동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로봇이 과로로 인해 쓰러졌다는 누리꾼들의 추측을 일축했다. 클링켄비어드는 "기계를 과도하게 인간화하거나 의도를 부여하지 않아야 한다"며 "디짓은 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컴퓨터이고 프로그램을 따르고 있다"고 경고했다.

stopy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