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엔 차석대사 "북, 러에 파병했나" 돌직구에…북 "북러 조약 충실 이행"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북한을 향해 무기를 지원하는 대가로 러시아에서 군사 및 경제 원조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측에서는 러시아 파병 사실에 대해서는 "북러 조약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며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27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와 자유아시아방송(RFA) 등에 따르면 로버트 우드 유엔 주재 미국 차석대사는 이날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강하게 비판했다.

우드 차석 대사는 "하루 1000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러시아는 1만 명 이상의 북한 군대를 전장에 투입했다"며 "지난 한 해 동안 러시아의 요청에 따라 북한은 우크라이나에 사용할 1만8000개 이상의 탄약 및 군수품 관련 자재 컨테이너와 100개 이상의 탄도 미사일을 불법적으로 양도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 모두 우크라이나 키이우와 자포리자 같은 인구 밀집 지역을 타격하는 데 사용됐다"고 덧붙였다.

또 우드 차석 대사는 북한이 러시아에 더 많은 미사일을 제공하려 한다고 규탄했다. 그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더 많은 탄도 미사일을 이전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우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산 170㎜ 장거리 자주포와 240㎜ 장거리 다연장 로켓 발사기가 전장에 대량으로 도입되고 있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뿐만 아니라 우드 차석 대사는 북한이 포탄과 미사일, 군인을 제공하는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방공 시스템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모든 것이 무상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는 러시아가 북한에 방공 시스템을 이전했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수십 년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압박했던 압력을 완화하는 무료 및 보조금 연료와 같은 다른 실질적인 혜택을 받고 있다"며 "러시아는 또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이중 용도 기술과 장비를 판매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김정은 정권은 군사 제조 및 역량을 개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 참여한 다른 국가들도 북한과 러시아를 규탄하고 나섰다.

황준국 유엔 주재 한국 대사는 "우리 정부는 북한이 러시아 파병 대가로 취약한 방공망 강화를 위해 대공미사일을 제공받은 것으로 파악한다"며 "북한이 핵 관련 첨단기술도 전수받을 가능성이 있어 심히 우려하며, 러시아의 비호하에 한층 더 대담하게 핵 개발과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핵 사용 문턱을 낮춘 안보리 상임이사국과 빈곤하고 고립된 채 자국민은 탄압하며 자국 병사들을 러시아에 보내면서 그들의 월급을 정권 자금과 WMD(대량살상무기) 개발에 투입하는 불량 정권 간에 불길하게 공모하는 상황을 목도 중"이라면서 "이런 공모가 장기화하면 유엔헌장에 기반한 국제질서의 근간이 심각히 훼손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마자키 카즈유키 유엔 주재 일본 대사도 "우리는 이 새롭고 악화하는 상황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러시아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공급한 무기를 사용해 우크라이나를 지속해서 공격하고 있으며, 관련 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군은 러시아에 배치됐으며, 현재 우크라이나와의 전투에 참여하고 있다"며 "이는 유엔 헌장을 포함한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 우리는 러시아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간의 불법적이고 용납할 수 없는 군사 협력을 가장 강력하게 비난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드미트리 폴랸스키 유엔 주재 러시아 차석 대사는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것은 서방 국가 탓이라고 책임을 돌렸다.

폴랸스키 대사는 "바이든 행정부 이후, 그리고 많은 유럽 동맹국이 우크라이나 군대가 러시아 깊숙한 곳에 장거리 미사일을 사용하도록 허가한 직후 정확히 이런 일이 일어났다"며 "11월19일에는 미국에서 제공한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 6발이, 11월21일에는 영국의 스톰 섀도 미사일 공격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우리의 미사일 방어 덕분에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면서도 "우리가 반복해서 강조했듯이, 서방은 그 순간부터 우크라이나 지역 갈등을 유발했고, 이는 이제 세계적인 성격을 띠게 됐다"고 덧붙였다.

북한 측에서도 서방 국가가 안보리 회의를 소집한 것은 전쟁의 논점을 흐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는 "나는 미국과 그 추종 세력이 이번 회의를 다시 소집한 것을 강력히 비난한다"며 "이는 (전쟁) 발발의 근본 원인을 은폐하고, 우크라이나 위기를 보호하려는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며 국제사회를 속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위기는 미국과 서방 세력이 러시아의 합법적 안보 이익과 영토 보전에 대한 권리를 무시하고, 패권적 세계 질서를 유지하려는 야망에 따라 무모하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동쪽으로 확장함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이에 미국 대표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의 불법 전쟁이고, 북한이 러시아를 지원하며 전쟁의 성격이 바뀌었다고 반박했다.

우드 차석 대사는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돕고 동맹국의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계속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은 미국 대표가 러시아 파병 사실에 대해 직구 질문을 던지자 "북러 조약 의무에 충실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우드 차석 대사가 "내 마지막 질문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권의 대표에게 하는 질문"이라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러시아에 군대를 배치했느냐"고 질문했다.

북한의 김 대사 바로 옆에 앉아 있던 세르기 키슬리차 유엔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김 대사를 향해 "당신은 범죄 정권을 대표하고 있고 또 다른 범죄 정권을 돕고 있는 정권을 대표하고 있다"며 "머지않아 당신과 당신 지도부는 법정에 서게 될 것이고, 당신의 국민들은 자유를 누리며 민주주의와 자유를 즐길 날이 올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에 김 대사는 "북한은 조약에 따른 의무를 충실히 이행한다"며 "양국 국민의 근본적인 이익을 수호하고 지역 및 세계 평화와 안보에 기여하며 국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러시아 연방과의 관계를 지속해서 강화하고 발전시킬 것"이라고만 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