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에 가자전쟁까지…안보 불안에 세계 군비 지출 사상 최고
SIPRI 연례 보고서 발표…총 3373조원 최고치 경신
양안 긴장에 아시아도 증액…중미는 갱단 대응 촉각
- 박재하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지난해 전 세계 군사비 지출액 규모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쟁이 일어나는 유럽과 중동 지역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아시아 지역과 갱단 범죄로 치안 악화를 겪는 중미에서도 국방비 지출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웨덴의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22일 '2023년 세계 군사비 지출 동향' 보고서를 내고 전 세계가 지난해 군비로 2조4430억 달러(약 3373조 원)를 사용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SIPRI가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8년 이후 최고치다. 또 이번 발표는 전년 대비 6.8% 늘어난 수치로, 2009년 이후 가장 가파른 증가 폭을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SIPRI는 이러한 군비 지출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가자지구 전쟁, 양안을 둘러싼 긴장 고조 등을 꼽았다. 전쟁 당사자들은 물론, 이들을 지원하는 국가와 확전을 우려한 주변국 역시 군비 증액에 나선 셈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등 상위 5개국이 전체 군비 지출의 61%를 차지했다. 미국은 9160억 달러(약 1265조 원)를 지출해 부동의 1위를 지켰고, 29년째 군사비를 증액 중인 중국은 2960억 달러(약 409조 원)로 2위를 차지했다.
전쟁 3년 차에 접어든 러시아의 군비는 전년 대비 24%나 증가했으며, 우크라이나 역시 2022년보다 국방비 지출이 51%나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핀란드와 스웨덴까지 합류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도 덩달아 군비 지출을 늘리고 있다. 나토 회원국들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를 방위비로 지출하기로 합의했는데, 지난해 31개 회원국 중 11개국이 이 목표를 달성해 2014년 합의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동아시아에서는 중국이 군비 지출을 늘리면서 주변국도 덩달아 증액하는 추세다. 일본은 2022년 대비 11% 늘어난 502억 달러(약 69조 원)를, 대만도 11% 증가한 166억 달러(약 22조 원)를 기록했다. 순위는 10위다.
우리나라는 1.1% 올라 479억 달러(약 66조 원)로 집계됐다. 한국은 순위에서는 2022년 10위에서 지난해에는 한 단계 낮은 11위를 기록했다.
6개월째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도 군비 지출을 크게 늘렸다. 이스라엘의 방위비는 2022년 대비 24%나 올랐으며, 중동에서 사우디에 이어 2위에 등극했다.
최근 최악의 갱단 범죄를 겪고 있는 중미 국가들도 '범죄와의 전쟁'에 나서면서 군사 지출을 늘리고 있다.
갱단이 장악한 아이티의 이웃 도미니카공화국은 국경 보안 강화 등 치안 수요로 군비 지출이 지난해보다 14% 늘렸고, 멕시코도 조직범죄 억제를 위해 군비를 2014년 대비 55%나 증액했지만 2022년보다는 증가율이 낮았다.
난 티엔 SIPRI 선임연구원은 "전례 없는 군비 지출 증가는 전 세계 평화와 안보 악화를 반영한 것"이라며 "이러한 군비 증강은 점점 더 불안해지는 지정학적 안보 환경에서 연쇄 반응의 소용돌이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라고 경고했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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