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둘 다 가자지구 통제력 상실"
[NYT 터닝 포인트 2024]
- 박재하 기자
터닝 포인트: 하마스는 다시는 가자지구를 통치하지 못할 것이며, 이스라엘도 하마스 이후의 가자지구를 통치하지 못할 것이다.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나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보면서 내가 가장 존경했던 세계 지도자 중 한 명을 생각한다. 바로 만모한 싱이다. 2008년 11월 말 파키스탄군 정보부와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이슬람 테러 조직 '라슈카르 에타이바' 조직원 10명이 인도 뭄바이의 고급 호텔 두 곳에서 61명을 포함해 160명이상을 살해했을 당시 싱은 인도 총리를 맡고 있었다. 인도의 9·11 테러로 불리는 이 사건에서 싱의 군사적 대응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싱은 파키스탄이나 파키스탄 내 라슈카르 진영에 군사적으로 보복하지 않았다. 이는 놀라운 자제력이 돋보이는 행동이었다. 그 논리는 무엇이었을까? 당시 인도 외무장관이었던 시브샨카르 메논은 그의 저서『선택지들:인도 외교 정책 결정의 내막』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나도 당시 지하드 기지나 파키스탄군 정보기관에 대한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보복을 촉구했다. 이들은 명확히 공모 관계였다. 그렇게 했다면 감정적으로 만족하고 인도 경찰과 보안당국이 보여준 무능함에 대한 수치심을 어느 정도 지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이어서 "그러나 냉정하게 반성하고 돌이켜보면 군사적 보복보다 외교적이고 은밀한 다른 수단에 집중하기로 한 결정은 당시에 맞는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메논은 만약 인도가 군사적으로 대응했다면 인도 민간인과 관광객에 대한 공격이 너무나도 터무니없고 끔찍해서 "파키스탄이 공식적으로 개입한 테러 행위라는 사실"은 금세 가려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인도가 보복했다면 전 세계는 "파키스탄과 인도의 또 다른 분쟁이다"라며 '관심 없다는 반응(ho-hum reaction)'을 보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게다가 메논은 "인도의 파키스탄 공격은 내적으로 불만이 고조되던 파키스탄 군부를 결집시켰을 것"이라며 "이는 군부보다 인도와 더 좋은 관계를 추구한 신생 파키스탄 문민정부를 약화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파키스탄 군부는 전쟁에 대한 공포, 어쩌면 전쟁 그 자체로 내부 입지를 강화하려 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2008년 11월 세계 경제가 전례 없는 금융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전쟁은, 설사 승리한다 해도, 비용을 초래하고 인도 경제의 발전을 저해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론적으로 메논은 "파키스탄을 공격하지 않음으로써 인도는 모든 합법적이고 은밀한 수단으로 가해자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고, 국제사회를 단결시켜 파키스탄에 대가를 치르게 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은 14억 인구에 광활한 영토를 가진 인도와 다르다는 것은 잘 안다. 뭄바이에서 관광객을 포함해 160여 명이 사망한 사건은 이스라엘에서 일어난 일과 다르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인 약 1,400명을 살해하고 수많은 사람을 불구로 만들고 200명 이상을 납치한 사건은 이스라엘의 모든 가정과 마을에서 피해를 절감할 수 있었다. 파키스탄은 보복을 억제하기 위한핵무기도 보유한다.
그러나 여전히 인도의 뭄바이 테러 대응과 하마스의 학살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처를 대조하는 것은 유의미하다. 이스라엘 어린이와 노인, 댄스파티를 겨냥한 하마스의 야만적인 공격에 경악한 뒤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전쟁의 이슈는 하마스 조직원이 포진한 가자지구 민간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반격이 얼마나 잔인했는지로 빠르게 옮겨갔다. 이스라엘의대규모 반격으로 하마스의 테러는 가려지는 대신 하마스는 일부 사람들에게 영웅으로 떠올랐다. 또한 '아브라함 협정(미국 중재로 이스라엘이 바레인·아랍에미리트(UAE)와 국교를 정상화한 협정)'을 맺은 새로운 아랍 동맹국들은 이스라엘과 거리를 두게 됐다.
한편, 약 36만 명의 예비군이 소집된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축출하는 데 예상대로 수개월이 걸린다면 경제 침체는 거의 확실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경제는 이미 2023년 마지막 3개월간 연 10% 위축된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이코노미스트는 202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이스라엘을 4번째로 경제 성장률이 높은 국가로 선정한 바 있다.
어떤 경우엔 이스라엘이 보복하기도 전에 하마스를 지지하며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학생들과 진보주의자들의 반응에 개인적으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마치 유대민족이 조상 대대로 살아온 조국의 어느 지역에서도 자결권이나 자위권을 행사할 자격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반발은 오늘날 졸업하는 의사의 거의 절반이 아랍인 또는 드루즈족일 정도로 이스라엘이 다문화사회라는 점도 망각한다. 게다가 하마스가 반대 의견이나 좌파를 결코 용납하지 않고 유대인 국가를 지구상에서 없애는 데 전념해 온 이슬람 무장조직이라는 점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홀로코스트 이후 최악의 유대인 학살을 겪은 이스라엘 정부가 내린 끔찍한 선택에 대해 동정심을 품고 있다. 하지만 뭄바이 테러에 대한 싱의 독특한 결단을 면밀히 지켜봤기 때문에 이스라엘이 훨씬 더 목표가 분명하고 신중한 대응을 할 것을 지지했다. 이스라엘은 이를 '인질 구출 작전'이라 부르며 어린이와 노인 납치범들을 생포하고 사살하는 데 집중했어야 했다. 이는 부모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는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의 말대로 하마스를 "지구상에서 절멸"시키기 위한 계획에 즉시 돌입했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3주 만에 자국 내 피해보다 3배 이상의 민간인 사상자를 내고 많이 파괴하며 가자지구를 군사적으로 장악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는 인구 기준으로 볼 때 미국이 멕시코의 절반을 점령하기로 거의 하룻밤 사이에 결정한 것과 비슷한 규모의 작전이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러한 이스라엘의 계획이 "하마스의 군사와 정치 역량을 파괴하고 인질들을 집으로 데려오기 위한 길고 어려운 전투"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앞서 말했듯이, 이스라엘은 인도가 아니며, 그 지역에서는 이런 사건을 모르는 척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네타냐후의 계획은 도대체 무엇일까?
내가 만난 이스라엘 관료들은 두 가지 사실을 장담한다. '하마스는 다시는 가자지구를 통치하지 못할 것이며, 이스라엘도 하마스 이후의 가자지구를 통치하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일상생활을 관리하고 이스라엘군과 신베트(국내 첩보) 보안팀이 배후에서 힘을 보태는, 흡사 현재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유사한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제안한다.
하지만 이는 반쪽짜리 계획에 불과하다.이스라엘을 대신해 가자지구를 통치하게 될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누구인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을 위해 일하던 팔레스타인인이 가슴에 '하마스 지하 조직'이 서명한 '배신자'라는 쪽지와 함께 시신으로 발견된 다음 날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더군다나 이스라엘이 220만 명의 가자지구 주민을 통제하고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교육하는 비용은 누가 부담할 것인가? 네타냐후 총리와 그의 유대인 우월주의자들이 팔레스타인 주민의 동등한 권리 없이 서안지구를 합병하겠다고 공언하는 동안 유럽연합(EU), 걸프 아랍 국가 또는 미국 하원 민주당의 상당수 진보파 의원이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무기한 지배에 자금을 지원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 가자지구 점령 비용은 향후 수년간 이스라엘의 군사력과 경제를 과도하게 압박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네타냐후에 대한 신뢰가 합당한 이유로 떨어진 상황에서 어떻게 이런 복잡한 작전을 관리할 수 있을 것인가? 그는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놓친 책임이 이스라엘 군사 정보 책임자와 신베트에 있다면서 자신은 책임이 없다고 변명했다. 그러나 다음날 분노한 이스라엘 국민들을 네타냐후 총리가 전시 상황에서 동료들에 대한 맞비난을 철회하라고 강요했다. 하지만 이미 피해는 본 상황이다.
네타냐후 총리에게는 그를 지지하는 상대편이 없다. 그의 측근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잘못되면 모든 비난을 자신들에게 미루고, 잘되면 그가 모든 공로를 독차지할 정도로 인격이 형편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극심한 장기적 결정을 내리도록 강요받고 있다.
나는 이스라엘이 왜 하마스를 파괴해 이웃 국가들도 공격할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고 믿는지 이해한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 지도부가 승리할 수 있는 실행 가능한 계획이나 이 위기의 압박감과 복잡성을 헤쳐 나갈 만한 지도자가 없다고 본다.
이스라엘은 개방형 군사 작전으로 가자지구에서 대규모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는 것에 대한 미국의 관용이 무한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실, 곧 한계에 다다를 수도 있다.
이스라엘은 인도주의적 휴전과 포로 교환에 열려 있어야 한다. 또한 이를 통해 이스라엘은 서두른 가자지구 군사 작전이 정확히 어디로 가는지 그리고 장기적인 대가가 무엇인지에 대해 잠시 멈추고 성찰해야 한다.
이것이 내가 인도를 사례로 드는 이유다. 하마스를 소탕하기 위한 전면전보다는 달성 가능한 제한적 목표에 따른 무력이 이스라엘의 장기적 안보와 번영에 더 이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두 가지 접근법의 비용과 이점을 면밀히 검토하길 바란다.
휴전으로 가자지구 주민들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과 이스라엘의 예상된 대응이 그들의 삶과 가족, 가정,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돌아볼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수천 명의 가자지구 주민들은 매일 이스라엘으로 일하러 가거나 분리 장벽을 넘어 농산물과 기타 물품을 수출할 수 있었다. 하마스는 이 전쟁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고 했을까? 하마스는 어려운 질문을 받지 않고 너무 많은 이해를 얻었다.
나는 하마스의 지도자들이 병원 아래 터널에서 나와 팔레스타인인들과 전 세계 언론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으면 한다. 그리고 왜 이스라엘 어린이와 할머니들의 신체를 훼손하고 납치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는지 묻고 싶다. 또한 그들이 가자지구 이웃들의 어린이와 할머니들은 물론 스스로에게도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했는지 말했으면 한다.
나는 1900년대 초부터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을 갈등과 휴전의 연속으로 압축할 수 있다고 항상 믿어 왔다. 양측의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그 휴전기간 각자 무엇을 했는가다.
이스라엘은 완벽하지 않더라도 인상적인 사회와 경제를 건설했고 하마스는 거의 모든 자원을 빼앗으며 공격용 땅굴을 건설했다. 이스라엘이여, 제발 그 땅굴에서 길을 잃지 말아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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