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에 긴장한 서방…독일·일본은 발 빠른 물밑작업
마크롱 "누가 이기든 상대"…트뤼도 "캐나다 일상 후퇴할 것"
일본, 아소 부총재 앞세워 트럼프와 물밑접촉 추진
- 김예슬 기자, 조소영 기자,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조소영 강민경 기자 = 2024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세계가 트럼프 집권 2기를 대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아이오와주(州) 코커스(당원대회)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면서다. 특히 과거 재임 시절 트럼프 전 대통령과 날을 세웠던 국가들 사이에선 긴장감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 대선에서 누가 이기든 상대할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트럼프를 언급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초기 당시, 미국과 프랑스 정상 간 관계는 나쁘지 않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친구'라고 부르며 프랑스 최대 축제일인 '바스티유의 날'(프랑스 대혁명 기념일)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파리 에펠탑에서 식사하도록 초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기후, 세금, 이란 등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결정은 유럽 동맹국들과의 마찰을 일으켰다.
트럼프와 임기 내내 사이가 좋지 않았던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역시 아이오와 코커스 다음 날 트럼프를 향한 쓴소리를 뱉었다.
트뤼도 총리는 몬트리올 상공회의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프랑스어로 "그것(트럼프의 당선)은 첫 번째도 쉽지 않았고 두 번째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그것은 캐나다의 일상을 '한 걸음 후퇴'하게 만드는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는 상품 및 서비스 수출의 75%를 미국으로 보내고 있고 이에 따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 시 어려움을 겪는 나라 중 하나다. 보호주의 정책을 고수하는 트럼프는 집권 2기에서도 같은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상태다. 그는 재집권 시 모든 상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트럼프의 첫 임기를 보면 2025년 그의 집권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지난 11일 프랑스 2TV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우리가 역사에서, 즉 임기 첫 4년 동안 그가 이끈 방식에서 교훈을 배운다면 그것은 분명히 위협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역 관세, 나토(NATO)에 대한 생각, 기후 변화와의 싸움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과거에 이 세 가지 분야에서 미국의 이익이 유럽의 이익과 일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019년 11월부터 ECB 총재를 맡은 라가르드는 이전에도 트럼프를 비판해왔지만, 그의 최근 비판 발언들은 수위가 더 높아졌다. 중앙은행장들이 일반적으로 정치에 대한 논평을 피하려고 노력하는 것에 비해서도 이례적이다.
글로벌 엘리트들이 모인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다보스포럼)에서도 가장 큰 관심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인 것 같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참석자들은 트럼프가 다시 미국 대통령이 됐을 때의 영향을 우려했다. 블랙록의 부회장인 필립 힐데브란테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전에 경험해본 적이 있고 살아남았으므로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될 것"이라면서 "확실히 유럽의 관점, 일종의 세계주의적, 대서양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이는 물론 큰 우려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거의 25년 전 대통령 선거에서 아깝게 진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공화당 후보로서 트럼프가 나오는 상황에 대한 몇 가지 경고를 공유했다. 그는 “나는 트럼프 당선이 기정사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는 그 과정을 겪었고 수년에 걸쳐 4번의 전국 캠페인을 진행했다. 그러면서 많은 놀라운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이어 "뭔가가 내게 올해는 매우 놀라운 일이 일어날 수 있는 해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나는 그가 재지명되고 재선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그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트럼프와의 관계 구축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요미우리신문은 "트럼프와 바이든이 다투면 승패 행방은 불투명하고, 일본 정부 내에서는 미일 동맹을 경시하는 트럼프의 부활에 경계감이 강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시다 총리는 트럼프와의 관계를 이을 '파이프'로 자민당의 아소 다로 부총재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소 부총재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측근으로, 아베 내각 시절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배석하거나 함께 골프를 치기도 한 인물이다.
아소 부총재는 지난 9~13일 미국 방문 당시 트럼프와의 물밑 접촉을 시도하기 위해 뉴욕까지 갔었다. 공화당 경선 일정 문제로 만남은 불발됐지만, 아소 부총재는 워싱턴에서 트럼프의 측근과 만남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요미우리는 "외무성 간부의 말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바이든 행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해 일본 정부 관계자가 트럼프 전 대통령 측과 공식 접촉하기는 어렵지만, 당 간부인 아소 부총재라면 문제없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은 더욱 빠르게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 장관이 지난해 9월 미국을 방문했는데 미국 공화당의 텃밭인 텍사스를 먼저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그후 워싱턴으로 갔는데 거기서 공화당 의원만 만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블룸버그는 그가 미국 선거의 향방을 보기 위해 간 것이며, 2024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독일의 한 의원은 "트럼프 첫 임기의 충격에서 얻은 중요한 교훈은 독일이 이번에는 사전에 잘 준비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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