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양 해수 순환, 2025년부터 붕괴…영화 투모로우 속 빙하기 현실화?

코펜하겐대 연구팀, '대서양 자오선 역전순환' 연구결과 공개
빙하 녹으면서 바다 염도 하락…한류·난류간 움직임 줄어들어

그린란드 빙하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유진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지구 온난화 가속으로 지구 고위도와 저위도의 바닷물을 섞어주는 해류 시스템이 점차 멈춰서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해수 순환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될 경우 영화 '투모로우'에 나온 빙하기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

CNN 방송에 따르면 덴마크 코펜하겐대 페테르 디틀레우센 교수와 수잔네 디틀레우센 교수는 26일 자연과학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게재된 보고서에서 온실가스 배출 증가로 인해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AMOC)의 세기가 줄어들어 21세기 말 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AMOC는 지구 열 전달 원동력이 되는 현상으로 작동하는 해류의 순환 운동으로 적도 열대지방의 난류(暖流)를 북대서양으로 보내고 반대로 북대서양의 한류(寒流)는 적도로 운반한다. 이 과정에서 난류는 열기를 식히고 무게가 무거운 한류는 심해로 가라 앉으면서 바다에 용해된 이산화탄소를 함께 가둬 온난화를 억제한다.

전 세계 날씨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AMOC가 붕괴되면 미국과 유럽 등 북반구 고위도 지역에선 더욱 극심한 추위를 경험하는 반면 저위도 지역에선 열대 저기압이 발달함에 따라 폭우가 자주 일어나게 된다. 2004년 개봉한 투모로우도 따뜻한 멕시코 만류가 차단돼 동토로 변한 미국 뉴욕의 광경을 담았다. 문제는 지난 수년간 해류 운동을 좌우하는 수온 및 염분 균형이 깨져 열 전달 컨베이어 벨트가 멈춰서고 있다는 점이다.

코펜하겐대 연구팀은 1870년부터 2020년까지 150년 동안 그린란드 남부 수역에 위치한 북대서양 해수면 온도를 분석했다. 이곳의 온도가 높아지면 AMOC가 잘 작동한 것으로 가정했다. 연구팀은 해류의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지구 온난화가 수온에 직접 미치는 영향은 배제했다. 그 결과 이상 징후를 발견했고 지금 속도로라면 이르면 2025년, 늦어도 2095년에는 AMOC가 붕괴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연구팀은 지구 온난화에 따라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담수가 바다로 유입되는 바람에 물의 밀도가 낮아져 북대서양의 한류가 전보다 적게 가라 앉는 것으로 분석했다. 1만2000년 전에도 빙하 융용으로 AMOC가 중단돼 10년간 북반구의 기온이 10~15도 급격히 변동한 적이 있다. 디틀레우센 교수는 CNN에 "가볍게 논문에 넣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강력한 결과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다만 AMOC 붕괴 여부에 대해선 과학계 이견도 제기된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지난 2019년 발간한 보고서에서 AMOC가 금세기 들어 약화된 것은 맞지만 2100년 이전에 멈춰설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고 전망한 바 있다.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