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우던 햄스터도 잡아먹게 될 거다"…러 선전물, 에너지난 서방 조롱
러시아 국영방송(RT) 성탄절 겨냥한 프로파간다 광고 제작
에너지 독립 쉽지 않지만…EU 2월부터 가스 상한제 도입
-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동영상 출처 : Sotiri Dimpinoudis 트위터 계정)
러시아의 국영방송(RT)이 성탄절 연휴 기간을 맞은 서방을 겨냥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했다가는 무서운 성탄절을 맞을 것이라고 위협하는 프로파간다(선전) 광고를 내놨다.
최근 RT가 공개한 75초짜리 선전물은 2021~2023년까지 유럽의 한 가정이 성탄절을 맞이하는 모습을 비관적으로 묘사했다.
영상은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 잔잔하게 깔리며 시작된다. 가장 먼저 2021년 성탄절 장면에서는 온 집안이 밝은 크리스마스 조명으로 빛난다. 부모가 아이에게 머리에 빨간 리본을 장식한 햄스터를 선물하자 아이는 활짝 웃는다. 아늑하고 즐거운 전형적인 성탄절 이미지다.
2022년으로 이어지는 장면에서는 고요하고 어두운 방에 아이의 아버지가 공구함과 햄스터 케이지를 들고 등장한다. 아버지가 전선을 손보자 다시 조명에 불이 켜진다. 조명은 햄스터가 뛰고 있는 쳇바퀴에 연결 돼 있다.
마지막으로 2023년 성탄절을 맞은 가족들은 실내에서도 털모자에 패딩 점퍼를 입고 식탁에 모여 있다. 맹탕에 가까운 수프를 한입 먹은 아버지가 입에서 무언가를 뱉는다. 뼈가 아닌 빨간 리본이다.
당황한 아버지를 향해 어머니는 조용히 검지손가락을 입에 댄다. 리본의 주인공이 햄스터였음을 눈치챈 아버지가 구역질을 참으며 식탁을 떠나고, 화면에는 "즐거운 안티-러시아 성탄절!(MERRY "ANTI-RUSSIAN" CHRISTMAS!)"라는 자막이 뜬다. "만약 당신이 보는 언론사가 이 모든 것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알려주지 않는다면 VPN을 통해 RT를 볼 수 있습니다"라는 홍보문구도 지나간다.
해당 광고는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에너지 제재를 비난하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해석된다. 러시아는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유럽연합(EU)이 제재를 가하자 천연가스 및 석유 공급을 대폭 감축했다. 독일로 연결되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은 8월부터 아예 멈춰 섰다.
전쟁 이전 유럽이 수입하는 천연가스의 40%를 책임지던 러시아가 공급을 줄이자 국제적 인플레이션은 더 빠르게 진행됐다. 유로화 사용 19개국(유로존)의 소비자 물가는 전쟁 발발 후 지난 10월 25년만에 상승률 최고치(10.6%)를 기록했다.
또 가스관을 통한 수입이 막히자 선박을 통한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 구입량이 느는 반작용이 나타났다. EU는 2030년까지 러시아산 화석연료 의존도를 단계적으로 줄이고 가스 공급원을 다양화한다는 방침이지만,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유럽의 러시아산 LNG 수입량은 2021년 동기 대비 42% 증가했다. 러시아산 에너지로부터 독립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국제 에너지 정황을 아울러 볼 때, 러시아는 광고를 통해 "러시아에 반하는 국가들은 전력난 때문에 고생할 것"이라는 엄포를 둔 셈이다.
한편 EU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러시아산 에너지가 폭등을 막기 위해 2023년부터 1년간 가스 가격 상한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가스 가격이 영업일 기준 3일 이상 180유로(약 24만5334원)를 초과하고 세계 시장 기준 LNG 가격보다 35유로(약 4만7703원) 이상 비싸면 발동된다.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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