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 나선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에게 7-1 패배란?
4강전 관중 비난구호 '떼창'…대패로 적잖은 타격 예상
- 최종일 기자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br><figure class="image mb-30 m-auto text-center border-radius-10">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 AFP=News1
</figure>브라질과 독일 간의 2014 월드컵 4강전은 충격 그 자체였다. 경기 후반으로 가면서 독일 선수들은 골을 넣고도 표정을 관리해야 할 지경이었다.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브라질 감독은 멍하니 경기를 바라만 봤다. 스콜라리 감독은 "인생에서 최악의 경기"였다고 경기 후 털어놓았다.
브라질 축구팬들에게 패배는 익숙한 말이 아니다. 이날처럼 대패를 한 것은 우루과이에 6-0으로 진 192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홈에서 벌어진 정식경기에서 진 것은 1975년 이후 없었다. 특히 팬들은 이번 대회에서 브라질이 우승해 1950년 브라질 월드컵 때에 결승에서 우루과이에 진 기억을 지우고 싶었다.
'전차 군단' 독일의 팬을 제외하면 즐겁게 봤을 사람이 드물 것 같은 이날 경기를 누구보다 더 가슴 아프게 지켜봤을 사람이 있다. 바로, 올 가을 대통령 선거에 다시 나서는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다.
축구의 나라 브라질에서 대선은 공교롭게도 월드컵과 같은 해에 치러지며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페르난도 엔히케 카르도조 전 대통령은 1994년 월드컵 우승의 열기가 자신이 재무장관으로 재직하며 내놓은 경제 자유화 정책의 성공과 그해 하반기 대선서 자신의 당선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우승이 집권당의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었다. 2002년에는 우승에도 불구, 카르도조 전 대통령이 내세운 후보가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라 후보에게 졌다. 하지만 올해 브라질의 굴욕적 패배는 오는 10월 대선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집권 노동당은 2007년에 월드컵 개최권을 따냈을 때에 재집권에 유리할 것으로 기대했다. 당시 실바 대통령은 1950 브라질 월드컵 결승의 아픈 기억을 없앨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브라질 국민들에게 아직도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당시의 패배는 현지에서는 경기장 이름을 붙여 '마라카나조(Maracanazo)'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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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브라질 미네이랑에서 열린 월드컵 4강전에서 독일의 안드레 쉬를레가 추가골을 넣자 브라질 수비수 마르셀루가 무릎을 꿇으며 안타까움을 나타내고 있다.© AFP=뉴스1
</figure>하지만 열기는 지난해에 차갑게 변했다. 2013년 6월 약 100만명의 시민들이 열악한 공공서비스를 비난하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높은 물가에 분노했고, 공직자들의 부패 등도 비난했다.
시위대 규모는 점차 커졌고 이들의 분노는 110억달러를 쏟아부은 월드컵으로 향했다. 시위는 여러 곳으로 확산됐고 폭력적으로 변했다. 월드컵이 시작되며 규모가 줄긴 했지만 사라지지는 않았다. 시위가 준 것은 경찰이 강경대응 때문이지 시민들의 분노가 가라앉아서가 아니었다.
경기장 내에서 반감은 확인된다. 호세프 대통령은 월드컵 개막전을 현장에서 지켜본 뒤에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관중들로부터 욕설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날 4강전에서도 대통령에 대한 분노는 다시 튀어 나왔다. 독일이 5-0 리드를 지키고 있던 전반전 막판에 브라질 관중들은 약 3분 동안 호세프 대통령을 비난하는 구호를 떼창했다.
반정부 시위는 다시 뜨겁게 달아오를 수도 있다. 이날 경기 후 상파울루 지역에선 버스를 대상으로 한 방화와 공격이 다섯 차례 이상 발생해 차량이 전소됐고 대형 유통매장을 중심으로 약탈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헤시피 지역에서는 소요사태로 인해 경찰관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이 4강전에서 승리했다면, 월드컵의 정치적 중요성은 바뀌었을 것이다. 만약 결승에 오르고 지더라도 우아한 패배라면 이번과 같은 정치적 여파를 겪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굴욕적인 패배는 호세프 대통령에게는 적잖은 부담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기관 센수의 대표 리카르도 구에데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오늘 패배는 브라질 정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며 "브라질에서 축구는 스포츠 의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다탸폴랴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호세프 대통령의 지지도는 38%를 기록했다. 전월 34%까지 하락했다가 월드컵 개최 이후 4% 포인트 상승했다. 대선에서 경쟁하게 될 상원의원 아에시오 네베스는 1%포인트 오른 20%를 차지했다. 또 다른 후보 에두아르도 캄포스 전 페르남부쿠 주지사는 2% 포인트 상승한 9%를 기록했다.
호세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해 11월에는 47%였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 상대 후보와의 격차는 10%대로 접어들었다. 일단 호세프 대통령이 1차 투표에서 당선되기는 글렀다는 말이다. 하지만 과반 지지율을 받지 못해 치러지는 결선투표에서도 격차는 8%에서 7%로 줄었다. 호세프 대통령으로서는 절대 안도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아직까진 호세프의 재선 가능성이 더 높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10월까지 어떤 일들이 벌어질 지 예측 불가다. 만약 정권교체가 이뤄진다면 이는 순전히 독일 때문이라해도 무방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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