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총선 판 흔드는 머스크…극우 후보 치켜세우며 "AfD 지지해야"

머스크, 자신이 운영하는 플랫폼 이용해 극우 정당 공개 지지
AfD 당수 "히틀러는 공산주의자" 궤변…독일 정부 탈원전·이민 정책 비판

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극우정당 AfD(독일을위한대안)의 알리스 바이델 공동대표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의 온라인 대담을 앞두고 사진을 찍고 있다. 2025.01.09/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부상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독일 총선과 관련해 극우 정당인 '독일을위한대안(AfD)'에 투표하라며 유럽 정치를 흔들고 있다.

머스크는 9일(현지시간), 자신이 운영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를 통해 총선에 출마 예정인 알리스 바이델 AfD 공동대표와의 대담을 생중계했다.

그는 지난달 독일 보안 당국이 우익·극단주의자로 분류한 AfD를 공개 지지한 이후, 독일 정치에 대한 논평을 계속 쏟아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머스크와 바이델 대표의 대담이 오는 2월 23일에 열리는 독일 총선을 위한 선거 운동에 개입한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대담 중 머스크는 "사람들은 정말 AfD를 지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독일 상황이 매우 매우 악화할 것"이라고 했다. 바이델 대표에 대해서는 "매우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치켜세우며 "터무니없는 제안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2위를 달리고 있는 바이델 대표는 유창한 영어로 머스크에게 감사를 표하고, 편향된 언론의 방해 없이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기회가 10년 만에 처음으로 주어졌다고 했다.

바이델 대표는 앞서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군사동맹에 대해 "노예가 되는 것도 장점이 있다"며 "주인의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평화를 누리는 것은 하인의 가장 고귀한 권리"라는 발언을 내놓은 인물이다.

두 사람은 독일의 탈원전 결정은 "미친 짓"이며 이민이 통제 불능 상태라는 데 동의했다.

나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바이델 대표는 AfD가 히틀러의 나치와 유사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켜 달라는 머스크의 요청에, 히틀러는 "공산주의자"였지만 AfD는 "보수적 자유주의자"의 정당이라고 답했다. 바이델 대표는 히틀러가 "보수주의자도 자유주의자도 아니었다. 그는 공산주의 사회주의자였다"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은 거의 모든 역사가가 인종 제거주의 민족주의자였던 히틀러가 극우적이었다는 데 동의한다고 바로잡았다.

아울러 머스크는 자신의 전기차 사업과 관련해 독일의 관료주의를 비판했다. 그는 독일에 테슬라 공장을 설립할 당시 "2만5000페이지에 달하는 서면 허가증이 필요했다"며 "종이 한 트럭 분량"의 사본을 만들어야 했다고 푸념했다.

바이델 대표는 대화 후반부를 이끌며 우크라이나 평화·화성 식민지화와 함께 머스크가 수장을 맡게 될 정부효율부의 개념에 관해 설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머스크는 후자에 대해서는 곧 입장을 밝히겠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결정할 문제라고 일축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엑스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계정에 올린 게시물 갈무리. 그는 "오직 AfD만이 독일을 구할 수 있다"는 글을 재차 올렸다. 2025.01.09/

이날 대담이 종료된 후 머스크는 엑스에 "오직 AfD만이 독일을 구할 수 있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같은 문장을 지난달 20일에도 게재한 바 있다.

머스크는 최근 엑스를 통해 독일뿐만 아니라 영국·스페인 정치에 대해서도 입김을 행사하고 있다. 유럽 전역의 지도자들은 이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는데, 일각에서는 유럽연합(EU)이 외부 영향으로부터 유럽 대륙의 민주주의를 보호하기 위해 더 엄격히 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U 유럽위원회는 엑스가 "특정 유형의 콘텐츠"에 특혜를 제공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디지털서비스법 위반 여부에 대한 지속적 조사의 일환으로 머스크와 바이델 대표의 대담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 시민단체는 이번 대담이 독일의 선거자금 규정을 위반했는지 구체적으로 조사하고 있다며, 정치 광고로 볼 소지가 있다고 했다. 독일 하원 역시 디지털 토론이 불법으로 간주될 수 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realk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