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철폐 앞장선 '니혼 히단쿄', 오늘 밤 노벨 평화상 받는다

한국 시간으로 오후 9시에 시상식 열려…日 통산 2번째 노벨 평화상
다나카 대표위원 "핵무기로는 국민 생명과 소중한 것 지킬 수 없어"

9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왼쪽부터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니혼 히단쿄의 미마키 도시유키·다나카 시게미쓰·다나카 데루미 대표위원이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2024.12.09/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핵무기 철폐를 위해 목소리를 내 온 일본 원수폭 피해자단체 협의회(히단쿄)가 10일 오후 1시쯤(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다.

NHK에 따르면 이날 시상식에는 다나카 데루미(92)·다나카 시게미쓰(84)·미마키 도시유키(82) 등 대표위원 3명이 등단해 메달과 상장을 받을 예정이다. 피폭자 및 지원자 등 30여 명도 함께 참석하는데 한국 내 피폭자들도 포함됐다.

연설을 맡은 다나카 데루미 대표위원은 13살 당시 나가사키 원폭 투하로 숙모와 숙부를 비롯해 친척 5명을 잃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핵무기의 비인도성과 피폭의 실상을 전달할 계획이다. 그는 연설이 긴장된 듯 "엄청난 중압감을 느끼고 있다"고 감상을 전했다.

그는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핵과 핵무기 사용이 가볍게 다뤄지는 시대가 된 것은 우리에게 유감스럽고, 슬픈 생각이 든다"며 "수상은 기쁜 일로, 후퇴하고 있는 핵무기 정세에 대해 또 새로운 개선을 향한 전진이 이뤄지는 게 아닐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젊은이들이 핵무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문을 갖고 있다. 그러니 길지 않은 인생 속에서 최대한의 힘을 짜내 핵무기는 인류와 공존시켜서는 안 되는 무기라고 전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함께 활동해 온 피폭자들에 대해서는 "10년 일렀더라면, 당신들 대부분과 이 기쁨을 공유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틀림없이 그들의 운동도 연결된 것이니 당신들에 대한 수상이기도 하다는 것을 전달한다는 마음"이라고 했다.

9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니혼 히단쿄의 다나카 데루미 대표위원이 언론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4.12.10/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국방을 위해 핵무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나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는 "핵무기로 정말 나라를 지킬 수 있는가. 우리는 핵무기로 국민의 생명과 소중한 것을 지킬 수 없다고 확신하며 억지력은 존립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는데, "인간에게 어떤 무기인지, 생각해 본 적도 이해해 본 적도 없을 것이기 때문에 그런 사고방식을 어떻게 바꿔나갈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나카 위원은 히단쿄 대표단에 한국 및 브라질에 거주하는 피폭자도 포함된 이유에 대해 "한국·브라질·멕시코·미국에 있는 피폭자들은 히로시마 및 나가사키에서 같은 피해를 입고, 고통스러워하며 핵무기를 사용하면 안 된다고 계속해서 외쳐왔다. 그런 피해자와 함께 싸워왔다는 것을 세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한편 일본에서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나온 것은 1974년, 비핵 3원칙을 선언한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 이래 50년 만의 일이다.

히단쿄는 1945년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투하로부터 11년 후에 결성됐다. 미국의 수소폭탄 실험 피폭도 영향을 미쳤다. 이들은 "인류는 우리의 희생과 고난을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결성 선언 이후 68년간 피폭자 입장에 서서 핵무기 철폐 운동을 전개해 왔다.

단체는 핵무기 개발과 보유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핵무기금지조약(TPNW·2021년 발효)이 채택되도록 지원했으며, 약 1370만 명이 참여한 '피폭자 국제 서명'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1982년에는 야마구치 센지 당시 대표위원이 피폭자로서는 처음으로 유엔 군축 특별총회 연단에 올라 "노 모어 히로시마, 노 모어 나가사키, 노 모어 히바쿠샤(피폭자)"라는 말로 피폭자의 존재를 세계에 알렸다. 2년 뒤에는 '원폭 피해자의 기본 요구'를 책정하고 활동의 축으로 삼았다.

최근에는 피폭자들의 고령화 속에서도 온라인을 활용한 피해자 증언 기록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2022년 핵확산방지조약(NPT) 재검토 회의에서 연설하고 '피폭 2세'들의 활동을 장려하는 등 비핵화 운동 계승에 힘쓰고 있다.

realk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