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아이들 '강제 이송 후 정신 교육'…"러시아 국민 만들려 노력"
예일대, 우크라 어린이 314명 러시아로 강제 이송…"반인도적 범죄"
젤렌스키 "극악한 범죄 책임자 처벌받도록 계속 노력"
- 이창규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우크라이나 아이들을 러시아로 강제로 이송한 뒤 러시아 국민으로 만들려고 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이 자행하던 민족말살정책과 비슷한 정책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예일대 공중보건대학은 3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의 지원을 받아 연구해 작성한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아이들을 데려와 우크라이나 신분을 박탈하고 러시아 가족에게 아이들을 맡기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20개월 동안 세 개의 러시아 정부 입양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진행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신원이 확인된 아이들은 314명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통제하는 러시아 항공우주군과 대통령실 등이 군 수송기와 항공기 등을 동원해 지난 2022년 5월과 10월 사이 여러 그룹의 아이들을 수송했다.
보고서는 "러시아로 데려온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이 친정부적이고 군사화된 선전에 노출됐으며 어린이들이 머문 모든 시설에서 이뤄진 '애국적 재교육'은 문서화됐다"고 전했다.
314명 중 166명은 러시아 가정에 직접 배정됐다. 나머지 148명은 러시아의 아동 배치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됐으나 현재 그중 약 3분의 1도 러시아 시민과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예일대 인도주의 연구소의 나타니엘 레이몬드 연구원은 "이번 보고서는 우크라이나 아이들을 러시아 국민으로 만들기 위한 크렘린궁 주도의 체계적인 프로그램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형사재판소(ICC)가 푸틴 대통령에게 제기한 국가 및 민족 집단에서 다른 국가 및 민족 집단으로 사람들을 강제 이주시켰다는 혐의를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를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ICC는 지난해 3월 우크라이나 아이들의 강제 이송에 관여한 혐의로 푸틴 대통령과 레보바-벨로바 러시아 아동권리위원회 위원장에게 체포 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당시 레보바-벨로바 위원장은 실종 아동이 아닌 한 부모나 법적 보호자의 동의 없이 아이들을 이송시킨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ICC 검찰은 예일대의 보고서가 이번 (강제 이송) 사건에 대한 지속적인 활동에 유용하다고 말했다. 강제 이송은 국제법상 반인도적 범죄로 전쟁 범죄보다 더 심각한 범죄로 간주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구 트위터)에 "우크라이나는 우리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오고 이 극악한 범죄에 책임이 있는 모든 사람들이 처벌받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검찰총장도 "입법적 변화, 정치적 결정, 전용 자금으로 잘 계획된 크렘린궁의 정책"이라며 (보고서가) 아이들에게 일어난 일에 대한 자체 조사를 보완해 줬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재임 당시 전쟁범죄 담당 미국 대사를 지낸 스티븐 랩은 "러시아의 직접 개입이 증명됐다"며 "러시아가 2022년 2월 국내법 상으로 불법이었던 강제 입양을 허용하고 가속화하기 위해 법과 관행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침공 이후 약 1만 9500명의 어린이를 러시아 본토나 크림반도로 데리고 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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