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 올해의 단어 '뇌 썩음'…"저질 콘텐츠 찾아 온종일 스크롤"

19세기 단어지만 온라인 부정 콘텐츠 소비에 대한 우려에 주목
"젊은 세대, 뇌 썩음을 유발하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표현 확산"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의 로고.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영국 옥스퍼드대 출판부(OUP)가 올해의 단어로 '뇌 썩음'(brain rot)를 선정했다.

CNN 방송에 따르면, OUP는 2일(현지시간) 3만 7000명이 참여한 투표와 언어 데이터 분석 결과 올해의 단어로 목적 없이 스크롤을 너무 오래 했을 때 드는 느낌을 뜻하는 뇌 썩음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OUP는 뇌 썩음을 "사소하거나 도전적이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는 물질(특히 온라인 콘텐츠)을 과소비한 결과로 간주되는 사람의 정신적 또는 지적 상태의 악화"로 정의했다.

이 단어의 사용 빈도는 올해 230%나 증가했으나 사실 이 단어는 인터넷이 발명되기도 전인 19세기 중반에 처음 나왔다.

OUP에 따르면, 미국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1854년 저서 '월든'에서 복잡한 생각을 단순한 생각으로 치부하는 사회적 경향을 비판하면서 이 단어를 처음 사용했다. 소로는 "영국은 감자가 썩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하지만, 훨씬 더 광범위하고 치명적으로 퍼져 있는 뇌 썩음을 치료하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19세기에 처음 쓰인 이 단어는 현재 온라인에서의 과도한 저품질 콘텐츠 소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초 미국의 한 행동건강관리 서비스 제공업체는 뇌 썩음을 "정신적 혼란, 무기력, 주의력 감소, 인지력 저하 상태"로 정의하고 둠 스크롤링과 소셜미디어 중독을 뇌 썩음 행동의 예시로 들었다. 둠 스크롤링(Doom Scrolling)은 부정적 콘텐츠를 찾아 헤매며 끝없이 스크롤하는 행동이다.

캐스퍼 그라스월 OUP 사장은 "Z세대와 알파세대가 뇌 썩음이라는 용어를 받아들인 것이 매우 흥미롭다"면서 "이들은 뇌 썩음을 일으킨다는 바로 그 장소인 소셜미디어 채널을 통해 이 표현을 확산시켜 왔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는 젊은 세대가 자신들이 물려받은 소셜미디어의 해로운 영향에 대해 다소 건방진 인식이 있음을 말해준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청소년의 과도한 소셜미디어 사용의 악영향이 주목을 받으면서 각국은 소셜미디어에 대한 규제에 나서고 있다. 호주는 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미국에서도 개별 주들이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한편 뇌 썩음 외에 올해의 단어 후보로 거론된 단어는 '로어'(lore), '로맨타지'(romantasy), '슬롭'(slop), '드뮤어'(demure), '동적 가격 책정'(dynamic pricing) 등이 있다. 로어는 어떤 것을 완전히 이해하는 데 필요한 (추정되는) 사실, 배경 정보 및 일화를 의미한다. 로맨판타지는 로맨스와 판타지의 혼성어로 로맨스 소설과 판타지의 요소를 섞은 문학을 뜻한다. 슬롭은 인공지능(AI)이 생성한 저품질 콘텐츠를 의미한다. 동적 가격 책정은 수요에 따라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을 다르게 매기는 것을 뜻한다.

드뮤어는 외모나 행동이 얌전하다는 뜻으로 지난여름 틱톡 동영상으로 입소문이 났다. 이 단어는 미국 온라인 사전 사이트 딕셔너리닷컴(Dictionary.com)이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지난해에는 '카리스마'에서 따온 '리즈'(rizz)가 OUP의 올해의 단어로 선정됐다. 리즈는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이성을 끌리게 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gw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