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네타냐후 면책특권 전제로 이-헤즈볼라 휴전협정에 이름 올려"
ICC 체포영장 집행한다더니 휴전협정 후 돌연 말 바꿔
"이, 로마규정 서명국 아니라 행동 강요할 수 없어"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프랑스가 가자지구 전쟁 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발부한 체포 영장을 집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체포를 시사한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으로, 최근 이뤄진 이스라엘-헤즈볼라 간 휴전 협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7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래프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프랑스 외무부는 이스라엘이 ICC의 설립 계기였던 로마 규정에 서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네타냐후 총리가 체포 면제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 외무부는 "국가는 ICC 당사국이 아닌 국가의 면제에 관한 국제법상 의무와 양립할 수 없는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강요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프랑스는 지난 24일 국제법을 준수할 것이라며 ICC 영장에 따라 네타냐후 총리가 프랑스에 입국할 경우 그를 체포할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프랑스가 나흘 만에 입장을 번복한 데는 지난 27일부터 발효된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간 휴전 협정 때문으로 보인다.
이 휴전 협정에 따라 미국과 프랑스, 유엔 평화유지군이 레바논 남부를 감시하고, 양국군은 미국, 프랑스가 참여하는 국제감독위원회와 함께 휴전 협정 이행 계획을 내놓을 방침이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텔레그래프에 "프랑스는 휴전 협정의 주요 서명국인데, 프랑스가 네타냐후 총리를 체포할 경우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의 휴전에서 벗어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들은 "이스라엘 총리가 프랑스 영토에 들어가는 것이 금지되면 프랑스도 휴전 협정에 참여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이스라엘 내각 관리는 이스라엘 매체 이스라엘 하욤에 "프랑스는 이스라엘-레바논 휴전 협정에서 역할을 확보하는 대가로,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ICC의 체포영장 집행 약속을 철회했다"며 "프랑스로부터 이러한 양보를 받지 않았다면 우리는 프랑스를 협정에 포함시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ICC는 지난 1998년 로마 규정에 따라 설립된 상설 기구로 집단살해, 인도에 반한 죄, 전쟁범죄와 침략범죄 등에 관할권을 행사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ICC는 지난 21일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전 이스라엘 국방장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군사조직 지도자 무함마드 데이프 등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가자지구 전쟁 당사자 양측 모두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다.
ICC는 124개 당사국을 대상으로 구속영장 대상이 되는 개인이 자국의 영토에 발을 들일 경우 체포 및 인계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프랑스 측 주장처럼 이스라엘은 로마 규정에 서명하지 않았으나, 2021년 ICC 판결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영토는 서명국의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에 ICC는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범죄에 대한 관할권이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프랑스의 입장이 ICC 회원으로서 정부의 의무에 어긋난다며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다.
프랑스 녹색당 대표인 마린 톤들리에는 정부의 입장이 "부끄러운 일"이라며 이는 아마도 프랑스와 이스라엘 지도자 사이의 합의의 결과일 것이라고 말했다. 휴전을 발표하는 공식 성명에 미국과 함께 이름을 올리기 위해서 이러한 거래를 했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그는 "프랑스는 국제 정의보다 자신을 선택하라는 네타냐후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꼬집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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