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 탄 틱톡스타, 루마니아 대통령 될까…'친러' 제오르제스쿠[피플in포커스]

당초 '기타' 후보로 분류됐는데…대선 1차 투표서 1위 올라
친러·반나토·공산주의·파시스트·백신 회의론자 등으로 언급

루마니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무소속 극우 후보 컬린 제오르제스쿠가 13일(현지시간) 현지 TV 방송국 '디지 24'(Digi 24)에 있다. 2024.11.13. ⓒ AFP=뉴스1 ⓒ News1 조소영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루마니아 대통령 선거 1차 투표에서 1위를 거머쥔 무소속 극우 후보 컬린 제오르제스쿠(62)를 향해 눈길이 모이고 있다.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사실상 '기타' 후보로 분류됐던 그가 내달 8일(이하 현지시간) 치러질 결선 투표에 오른 데다, 이 투표에서 승리할 경우, 제오르제스쿠가 새로운 루마니아 대통령이 되기 때문이다.

24일 치러진 루마니아 대선에서 제오르제스쿠는 22.9%를 얻어 19.2%로 2위에 오른 중도우파 성향의 야당인 루마니아 구국연합(USR) 후보 엘레나 라스코니 대표(52)와 내달 결선 투표로 맞붙게 됐다.

루마니아 대선은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2위 후보를 놓고 결선 투표로 승자를 가린다. 만약 여기서 라스코니가 승리한다면 라스코니는 루마니아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되지만 현재로선 안갯속이다.

이번 선거는 반전에 반전을 겪었다.

당초 루마니아 최대 정당인 사회민주당(PSD)을 이끄는 마르첼 치올라쿠 현 총리(56)와 극우당 결속동맹(AUR)의 제오르제 시미온 대표(38)가 1차 투표에서 다수 표를 획득해 결선 투표에 진출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제오르제스쿠와 치올라쿠로 결선 후보가 좁혀지더니 최종적으로는 제오르제스쿠와 라스코니로 정리됐다.

치올라쿠와 시미온 모두 낙마한 것이다. PSD 후보 없이 치러지는 결선 투표는 30년 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제오르제스쿠의 약진은 루마니아 안팎에 큰 충격을 안겼다. 애초 그가 결선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되지 않았던 데다 제오르제스쿠의 사상 때문이다.

이원집정부제인 루마니아 정치 체제에서 5년 임기의 루마니아 대통령은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포함한 외교·안보 분야에 있어 결정권을 갖는다.

제오르제스쿠는 토양학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으며, 1990년대 루마니아 환경부에서 근무한 바 있다. 1999년부터 2012년까지 유엔 환경 프로그램 국가위원회에서 루마니아 대표로 활동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AUR 일원이자 당 총리 후보로까지 언급됐던 인사였으나 친(親)러시아·반(反)나토 입장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제오르제스쿠의 이같은 입장이 당의 이미지를 손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왔고 결국 그는 탈당하기에 이르렀다.

로이터 통신의 표현을 빌리면 제오르제스쿠는 '나토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비판하는 극우 성향의 자칭 아웃사이더'이다.

그는 2021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루마니아 내 미군기지에 배치된 나토의 탄도 미사일 방어 체계를 "외교의 수치"라고 칭했다. 또 러시아의 공격을 받아도 나토는 회원국을 보호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과거 제오르제스쿠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조국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반면 그는 이번 달 루마니아 민영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젤렌스키가 우아한 사람, 애국자라고 생각하느냐"고 발언했다.

제오르제스쿠는 루마니아의 공산주의 통치를 종식시킨 1989년 민중 혁명을 루마니아의 자원을 훔치기 위해 서방이 쿠데타를 일으킨 것으로 묘사하고, 루마니아는 이로써 서방의 노예가 됐다고 주장해왔다.

2022년에는 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의 루마니아 총리이자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에 적극 나섰던 이온 안토네스쿠 및 루마니아 국적 파시스트 인사인 코르넬리우 젤레아 코드레아누를 '영웅'이라고 칭해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무소속의 극우 성향 대선 후보 컬린 제오르제스쿠가 13일(현지시간)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TV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4.11.13. ⓒ 로이터=뉴스1 ⓒ News1 조소영 기자

이런 가운데 제오르제스쿠가 이번 선거에서 눈에 띄는 성적을 낸 배경에는 그가 '틱톡 스타'(TikTok Star)로서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았던 '표심'을 끌어안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제오르제스쿠는 틱톡에서 29만8000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유도하는 모습을 비롯해 전통 루마니아 셔츠를 입고 백마를 타는 모습 등을 틱톡에 올렸는데, 이는 극적인 음악, 자막 등과 조합돼 틱톡에서 입소문을 탔다.

폴리티코는 특히 유도와 관련 제오르제스쿠가 "푸틴처럼 유도에서 상대를 뒤집었다"고 표현했는데, 어렸을 적부터 꾸준히 유도를 연마했던 푸틴은 추후에 이를 '마초 이미지' 형성에 활용한 바 있다.

제오르제스쿠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대신 국내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면서 자국민들의 분노를 긁어주기도 했다.

앞서 EU가 러시아 침공으로 전쟁을 겪게 된 우크라이나 지원의 일환으로 이 나라 수출품에 대한 관세 면제, 우크라이나 농산물 수입 할당량 제한을 풀면서 우크라이나 곡물들은 저렴한 값에 루마니아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들로 쏟아져 들어왔던 터다.

이로 인해 루마니아를 포함한 각국 농민들의 반발이 컸다.

AP 통신에 따르면 루마니아의 싱크탱크 '엑스퍼트 포럼'(Expert Forum)은 보고서를 통해 제오르제스쿠의 '우크라이나 불(不)지원' 언급이 유권자들에게 먹혀들었음을 밝히기도 했다.

보고서에는 "지난 두 달 동안 제오르제스쿠의 틱톡에서 가장 눈에 띄는 주제는 평화, 더 정확하게는 루마니아가 전쟁에 개입하지 않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적혔다.

제오르제스쿠는 '백신 회의론자'로도 알려진다. 그는 2020년 찬물로 목욕하는 영상과 함께 찬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0)에 있어 최고의 백신이라고 말했다.

올해 출연한 팟캐스트에서도 그는 코로나19는 존재하지 않으며 아무도 이 바이러스를 본 적이 없다면서 "유일한 진짜 과학은 예수 그리스도"라고 말했다. 무소속인 그는 자신의 정당은 '루마니아'라는 입장이다.

cho1175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