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끈해진 러·중·이란·북한…노골적 협박 카드 된 핵무기[딥포커스]
핵위협 대표주자…푸틴, 우크라·美 동시 핵보복 가능성 열어
중국, 계속해서 핵무장 증강…북한도 지속적으로 핵 고도화
- 조소영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향해 신형 극초음속 중거리 탄도미사일(오레쉬니크·Oreshnik)을 발사했다고 밝히고 이에 앞서 우크라이나가 미국, 영국으로부터 지원받은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와 스톰섀도(프랑스명 스칼프)를 러시아 본토로 쏘아올리면서 우크라이나 전황이 걷잡을 수 없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특히 서방 지원에 대한 대응의 일환으로 러시아가 최근 핵무기 사용에 대한 기준을 낮춤에 따라 곳곳에선 세계가 핵전쟁 위기로 한 발짝 다가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 등을 계기로 미국 중심의 친서방 진영과 중국·러시아 중심의 반서방 진영으로 나뉘는 신냉전구도가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반서방 진영의 핵 고도화 상황은 점차 뚜렷이 감지되고 있다.
러시아는 세계 핵 위협의 대표주자가 돼버린 상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9일(이하 현지시간) 자국의 핵 공격 가능 범위를 넓히는 '핵 교리' 개정안에 공식 서명함으로써 우크라이나는 물론 미국 등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국가들에 대한 동시 핵 보복 가능성을 열었다.
올해 9월 푸틴은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에 대한 타격(장거리 미사일)을 허용할 경우, 이는 서방과 러시아가 직접 싸우게 되는 것이라면서 "분쟁의 본질이 바뀌었다고 보고 우리에게 가해질 위협에 기초해 적절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즉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에이태큼스 사용 제한을 해제하고 우크라이나가 이에 따라 에이태큼스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자 자국이 그어놓은 '레드라인'(Red line)을 넘었다고 보고 핵 위협으로 답한 셈이다.
미국과 러시아는 전 세계 핵탄두의 90%를 보유하고 있다. 스웨덴의 외교정책 연구기관인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올해 6월 내놓은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핵탄두는 5044기, 러시아는 5580기를 보유한 것으로 파악된다. 양국 모두 상당한 양인데, 러시아가 다소 우위를 점하고 있다.
중국도 만만치 않은 핵무장을 하고 있다. 러시아의 주요 동맹국으로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있어서도 사실상 러시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는 중국은 현재 핵탄두 500기와 장거리 핵탄두 탄도미사일 310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중국의 경우, 지난해와 비교해 핵탄두가 410기였던 것에서 90기가 늘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2030년 중국의 핵탄두 보유 추정치는 약 1000기로 집계되고 있다. 계속해서 핵무장을 증강하고 있다는 뜻이다.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등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계속해서 핵 고도화를 꾀하는 대표적인 국가 중 하나다. SIPRI에 따르면 북한이 실제로 보유한 핵탄두 수는 불확실하지만 지난해보다 20기 늘어난 50기로 추산됐다.
북한은 올해 9월 13일 고농축우라늄(HEU) 제조시설을 첫 공개하면서 자신들의 핵무기 생산 능력이 고도화됐음을 알리기도 했다.
더구나 최근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돕기 위해 군 파병을 결정하면서 러시아로부터 각종 첨단기술 등을 전수받을 가능성이 농후한 상태다.
21일 BBC는 영국의 비영리 연구기관인 오픈소스센터의 위성 사진 분석 결과를 인용해 러시아가 올해 3월 이후 100만 배럴 이상의 석유를 북한에 공급했다고 보도했는데, 이외에도 러시아는 향후 북한의 '병력과 무기 지원'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해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미국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이스라엘과 대척점에 서서 중동전쟁의 중심에 있는 이란의 행보도 눈길을 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근래 회원국들에게 공유한 기밀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은 핵무기 제조에 사용할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IAEA에 제안했다. 핵과 관련해 미국을 포함한 서방과의 교착 상태를 해결하겠다는 신호다.
이란은 2015년 체결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 따라 202.8㎏의 저농축 우라늄 보유만 가능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기 임기 당시 이 합의에서 탈퇴를 선언함에 따라 이란도 이에 대응해 핵 개발에 속도를 붙여왔다.
이란은 2021년부터 우라늄을 최대 60% 수준으로 농축해왔는데, 이를 90%까지 높이면 핵무기 이용이 가능해진다. 10월 26일 기준 이란의 농도 60% 우라늄 비축량은 182.3㎏으로, 8월에 나온 비축량(164.7㎏)보다 17.6㎏ 증가한 상태다.
내년 1월 취임하는 트럼프 당선인은 일련의 핵 위협에 직면한 채 임기를 시작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트럼프의 입장은 미국의 핵무기 확장에 찬성하는 쪽으로 쏠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의 외교·안보 분야 참모인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이 핵실험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은 1992년 이후 처음으로 컴퓨터 모델이 아닌 실제 세계에서 새로운 핵무기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시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가 본인과 가까운 푸틴과의 협상으로 핵 위기를 진정시킬 가능성도 열려 있다. 푸틴은 21일 대국민 연설에서 "우리는 늘 평화적인 방법으로 분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선호해왔다"며 "지금도 어떠한 시나리오에도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cho11757@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