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참전·트럼프 당선까지…암울해진 전황에 귀국하는 우크라인들
폴란드에 30년 산 남성·20살 청년·전과자 등 연령·출신 다양해
폴란드에 입대 연령 우크라 남성만 30만…온라인 광고 통해 입대 호소
-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러시아군의 공세 강화에 북한군 참전, 우크라이나 지원에 비판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등 우크라이나 전황을 둘러싸고 여러 악조건이 이어지자, 고국을 지키려는 해외 거주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귀국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AFP 통신은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100㎞ 떨어진 폴란드 루블린의 모병소를 찾은 유럽 각지에서 고국을 지키러 입대 지원을 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사연을 소개했다. 이 모병소에서는 700건의 입대 자원을 받았다. 폴란드에는 약 30만 명의 전투 연령대에 속하는 우크라이나 남성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고르 루사케비치(37)는 12일 모병소 책상에서 몇 장의 서류에 서명한 후 군복 차림의 군인과 악수하면서 짧은 입대식을 마쳤다. 그는 해외 거주 자국민으로 구성된 군단에 자원하면서 "우크라이나에 영광을"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7월 폴란드와 체결한 안보 협정의 일환으로 이 군단을 창설했다. 폴란드는 초기 훈련을 담당하며 이후 신병들은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기지로 보내져서 훈련을 받는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루블린을 통해 처음 입대한 신병은 1달간의 기초 훈련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루사케비치는 폴란드에서 30년 이상 살면서 폴란드 여성과 결혼했고 10대 아들이 있다. 그는 "나는 끝내야 할 일이 있었다"며 "여기에는 가족도 있고 좋은 직장도 있다. 힘을 모아야 했다"고 군대에 일찍 입대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루사케비치는 "스스로가 폴란드 사람인 것처럼 느껴진다"면서도 "나는 마음속으로는 우크라이나 사람"이라며 "나는 매일 뉴스를 본다. 우리가 지고 있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리투아니아에 사는 드미트로 즈도릭(20)은 어릴 때부터 군대에 끌렸다고 했다. 그는 할아버지를 통해 이 군단에 대해 알게 됐다.
즈도릭은 "그(할아버지)가 동영상을 보내주셨다"며 "나는 빨리 입대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수감 생활을 하고 독일에서 2년간 생활한 유리 쿨리우스(45)는 입대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해 왔다. 그는 "나 자신에 대해 속죄하고 싶다"며 "전과자라는 오명에 지쳤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쓸모가 있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쿨리우스는 우크라이나에 사는 어머니에게 입대 소식을 전했다. 그는 "어머니는 나보고 멍청이라고 했다"면서 "글쎄, 나는 인생에서 편한 길을 찾지 않는다"고 웃었다.
한편 겨울이 다가오는 현시점에 북한군 참전, 트럼프 당선 등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상황이 이어지자, 우크라이나는 온라인 광고 등을 통해 유럽 전역에 거주하는 자국민에 입대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gwki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