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 북한군 역할 짚어보니…'우크라군 후방 침투' 또는 '병참 지원'
1950년 이후 참전 경험 없고 언어 달라 실수할 수도
'폭풍군단' 후방 침투 특징…수적으로 밀어붙이기 동원될 수도
- 조소영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러시아로 파병된 북한군의 역할은 크게 두 갈래로 파악된다. 실제 전투에 투입되거나 또는 군수물자를 관리·보급하는 병참(兵站) 역할이다.
두 역할 가운데 상대적으로 좀 더 설득력있게 여겨지는 역할은 후자다. 북한군이 최전선에 파견될 경우,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러시아와 전쟁에 임해온 우크라이나군과 마주해야 한다. 하지만 북한군은 한국전쟁이 있던 1950년대 이후 참전한 적이 없다.
여기에 전투할 지형에 익숙하지 않은 것은 물론 러시아 군사 장비를 다루며 실수가 있을 수 있고 이렇게 되면 러시아군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러시아로서는 북한군을 실전에 투입하기엔 부담이 크다.
언어가 다르다는 점도 북한군의 실전 투입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시가 하달됐을 때 잘 알아듣지 못해 실수가 발생했을 땐 역시 모두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일단 현재 양측은 '언어 장벽'을 허물기 위해 서로의 언어로 주요 문장을 익히고 번역기를 활용 중이다. 러시아군은 다만 이처럼 급히 언어를 익히는 일에 불편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29일(현지시간) 독일 언론 '도이체 벨레'(DW)에 따르면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에서 전쟁학을 연구 중인 마리나 미론 박사는 이처럼 양측의 화학적 결합이 짧은 시간 내에 이뤄지기 어려울 것임을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북한군이 쿠르스크주에서 일부 병참 임무를 맡음으로써 러시아군 일부 인력이 동부 돈바스로 가게된다면 포크로우스크와 같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도시를 점령하는 일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쿠르스크주는 러시아 영토이고 올해 8월 우크라이나가 기습 공격을 한 뒤 러시아군의 반격 등이 이어지고 있는 곳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주무대는 우크라이나 동부의 돈바스(도네츠크주·루한스크주 일대) 지역으로, 해당 지역은 2014년부터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 반군이 돈바스 내전을 벌여온 곳이기도 하다.
포크로우스크는 도네츠크주에 위치한 도시이자 우크라이나군의 핵심 병참기지로 꼽히는 곳이다.
즉 북한군이 쿠르스크주를 지키고 후방에서 물자 지원을 해줌으로써 러시아군이 주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게 돕는다면 러시아 입장의 전황에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그럼에도 북한군이 실제 전투에 투입될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되지 않고 있다.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는 것을 '레드라인'(red line)으로 보고 국제사회에서 북한군의 움직임을 주시해왔던 가운데, 이날 CNN 방송은 소수의 북한군이 이미 우크라이나 내에 있다고 복수의 서방 정보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미 지난 25일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과 충돌했다는 리투아니아 비영리단체발(發)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특히 북한이 러시아를 위해 파견한 11군단은 특수작전군 예하 정예부대인 '폭풍군단'으로, 후방 침투 및 교란, 시설 파괴 등이 주임무로 알려져 있다. 11군단 전신은 1968년 청와대 습격 사건을 주도한 특수 제8군단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최측근 중 한 명이자 특수전·합동작전에 능통한 인물로 꼽히는 김영복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이 최근 이들의 총책임자 자격으로 러시아에 입국한 것으로도 알려진 바 있다.
폭풍군단의 특징을 살린다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과 정면 대결하기에 앞서 후방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 즉, 우크라이나군 후방으로 침투해 이들을 상대로 한 무력화 시도에 나서는 것이다. 이를 통해 러시아군이 작전적으로 이점을 가져가게 하는 것이다.
러시아군이 서방의 최신 무기를 앞세운 우크라이나군에 맞서 '수적으로 밀어붙이기' 전략을 써왔던 가운데 여기에 북한군이 동원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사실상 '총알받이' 의미로도 여겨진다.
우크라이나 안보 싱크탱크인 국방 전략 센터(CDS)의 빅토르 케블리우크는 28일 뉴욕타임스(NYT)에 "북한군은 우크라이나군의 가장 요새화된 진지를 습격할 것"이라며 "포병 지원으로 수적 우위를 점한다는 러시아 측 전술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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