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북한 위험성 과소평가…김정은 한반도 분쟁 내다볼 수도"
FT 수석 외교 논평가 칼럼…"북 농담으로 여기는 불행"
"미·EU·한국, 확전 피하려 했으나 선택의 기로에 설 것"
- 조소영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서방에서 북한 정권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향후 한반도를 비롯해 국제적으로 매우 위험한 정세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2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수석 외교 논평가 기드온 라흐만은 '서방은 북한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한다'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서방에서는 북한을 농담으로 여기는 불행한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핵무기보다는 코믹한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콘텐츠)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더 높은, 몸에 맞지 않는 정장과 형편 없는 머리 스타일이 있는 나라라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 주민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김정은 정권을 농담처럼 취급하는 것은 북한 정권의 능력을 심각하게 과소평가하는 것"이라며 "북한의 빈곤이 모든 면에서 북한 정권이 후진적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김정은 정권이 군사력 증강을 위해 일반 주민들의 복지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라흐만은 특히 북한의 경우, 정권이 고립됐음에도 불구하고 핵무기를 만드는 일에 성공했다며 "이란과 시리아와 같이 (북한보다) 더 부유하고 더 잘 연계된 나라들도 이를 달성하지 못했다. 북한은 또 탄도미사일을 비롯해 상당히 공격적인 사이버 능력도 개발했다"고 평가했다.
라흐만은 그러면서 "김정은(북한 노동당 총비서)은 이미 수백만 개의 포탄을 러시아에 전달했고, 이는 푸틴(러시아 대통령) 정권이 우크라이나와의 포병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해줬다"며 "이제 북한군은 전투에 참여할 준비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60만 명 이상의 러시아군이 사망하거나 부상한 것으로 추정되는 전쟁(러시아-우크라이나)에서 1만 명 정도의 북한 특수부대가 투입된다고 해서 전세가 뒤집힐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하지만 김정은이 이를 통해 얻을 이득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흐만은 이 '대가'와 관련 "현재 추측되는 것은 러시아로부터의 기술 이전과 자금"이라며 "그러나 북한 지도자는 향후 한반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내다보고 있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정은이 유럽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원한다면 언젠가 러시아가 아시아 분쟁에서 보답할 수도 있지 않겠나"라며 "이 모든 것이 미국, 유럽연합(EU), 한국을 향해 매우 어려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했다.
라흐만은 그러면서 "이들은 모두 우크라이나와 한반도 모두에서 확전을 피하려고 노력해왔으나 곧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라며 "러시아가 북한의 지원을 받아 우크라이나를 물리치도록 한 뒤 유럽과 아시아의 변화된 안보 상황을 고려하거나 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급격히 늘리고, 적대 세력의 한 축에 맞서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라흐만은 서방 안보 당국자들은 수개월 동안 러시아, 북한, 이란, 중국으로 구성된 '적의 축'(axis of adversaries) 간 공조가 강화되고 있다고 경고해왔다며 "북한의 러시아 지원은 이러한 축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다는 가장 극적인 증거다. 이 적대국들 중 북한은 서방에서 가장 적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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