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총선서 친러 여당 54% 득표…부정선거 의혹 커져

야권 "선거 결과 인정 못해"…투표용지 조작·뇌물수수 의혹

조지아 집권 여당인 조지아의꿈 창립자 비드지나 이바니슈빌리가 26일 출구조사 발표 후 승리를 주장하며 손을 치켜세우고 있다. 2024.10.26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흑해 연안의 옛 소련 국가 조지아가 26일(현지시간) 치른 총선에서 친러시아 성향의 집권 여당 '조지아의 꿈'이 과반을 득표하며 승리했다.

하지만 야권을 중심으로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국 혼란이 예상된다.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조지아 선거관리위원회는 27일 선거 개표가 99.96% 진행된 결과 집권 여당이 53.92%를 득표하며 과반을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친서방 성향의 야당 4곳은 각각△변화를위한연합 11% △통합국민운동당 10.17% △강한 조지아 8.81% △조지아를 위하여 7.77%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집권 조지아의 꿈이 의회 150석 가운데 단독 과반인 89석을 가져가고 친서방 성향의 야당 4곳이 나머지 61석을 나눠 가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비지나 이바니슈빌리 조지아의 꿈 당대표는 "이같이 어려운 상황에서 큰 성공을 거둔 건 드문 일"이라며 자축했다.

반면 친서방 야당 4곳은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일제히 반발했다.

일부 의원들은 비합법적인 선거라면서 지지자들을 향해 거리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다만 아직 대규모 시위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친서방 성향인 무소속 살로메 주라비슈빌리 조지아 대통령은 이번 선거가 완전히 위조됐으며 야권이 표를 도둑맞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가 조지아 국민을 상대로 특수 작전을 벌였고, 이는 새로운 유형의 하이브리드 전쟁이었다"고 말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방 또한 이번 선거의 공정성을 비판했다. 57개국으로 구성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 미국 비영리 단체 국립민주주의연구소와 국제공화주의연구소가 △투표용지 조작 △뇌물 수수 △유권자 협박 △투표소 인근 폭력 행위 등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OSCE의 안토니오 화이트 대표는 "우리는 조지아의 민주주의적 후퇴에 깊은 우려를 계속 표명하고 있다"며 "어제 선거에서 나타난 행태는 그런 증거"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조지아는 유럽연합(EU) 가입에서 또 한 발짝 멀어지게 됐다.

조지아는 지난해 12월 EU 가입 후보국으로 선정됐으나, EU는 조지아의 민주주의 퇴보와 러시아식 외국 대리인 법 제정을 통한 언론 통제 등을 문제 삼으면서 가입 추진 절차가 사실상 중단됐다.

BBC 방송은 소련이 30년 전에 사라졌으나 러시아가 여전히 옛 소련의 대부분을 뒷마당이자 영향권으로 여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지아는 2008년 러시아의 침공으로 분리주의 지역인 남오세티야의 지배권을 잃었으며, 아직도 남오세티야에는 러시아군이 주둔 중이다.

한편 러시아 의원들과 관리들은 이번 총선 결과를 반겼다. 이웃 나라인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또한 조지아의 꿈의 재집권을 환영했다.

유럽 내 친러 성향 지도자 중 하나인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집권당에 "조지아 국민은 조국을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 알고 있으며 그들의 목소리를 냈다"며 축하 인사를 했다.

헝가리의 독재자라고 비판받는 오르반 총리는 '비자유 민주주의'의 옹호자로서 28일 직접 조지아를 찾아 집권 조지아의 힘에 힘을 보태줄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이번 선거로 옛 소련 국가를 끌어들여 세를 확장하려는 EU의 전략에 차질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지난 20일 또 다른 옛 소련 국가 몰도바에서는 러시아의 전례 없는 간섭 속에 국민 투표가 실시돼 50.17%라는 근소한 과반으로 EU 가입안이 통과됐다. 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은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세력이 30만 표를 매수했다는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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