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트럼프 귀환 대비해 대러 제재 '대못' 박는다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 동결 갱신 주기 6개월 → 36개월
"트럼프 재집권 시 미국 뒤에 못 숨어…제재 집행 강화해야"
-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유럽연합(EU)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가능성에 대비해 대(對)러시아 제재 강화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25일(현지시간) 해당 논의를 잘 알고 있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유럽의 대러 제재 강화 논의가 장기적인 제재 유지를 보장하고 더 엄격한 집행을 통해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논의되고 있는 방안에는 서방의 최대 단일 제재인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 동결 조치에서 6개월마다 동결 조치를 갱신해야 한다는 요건을 36개월로 변경하는 방안이 포함된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현재 주요 7개국(G7) 국가들이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 자산은 3000억 달러(약 417조 원)이며 이 자산의 대부분은 유럽에 있다.
3명의 EU 외교관은 전쟁 물자 또는 더 넓은 범위의 수출 금지 품목에 대한 '포괄적' 조항의 적용도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조항이 적용되면 유럽 각국의 세관 당국은 러시아를 거쳐 중앙아시아 국가로 물건을 수출하는 등 최종 목적지가 논리적이지 않은 화물 운송을 보류시킬 수 있게 된다.
일부 국가들은 러시아로 향하는 제품의 잘못된 라벨 부착 단속도 촉구하고 있다. 러시아와 국경을 마주한 발트해 국가들은 일부 수출 기업들이 EU 세관 규정을 악용하고 있다는 불만을 제기해 왔다.
한 소식통은 G7 국가들이 러시아의 유가 상한선을 강화하기 위해 선박 45척을 EU 제재 목록에 포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방 국가의 제재 담당 관리들은 특정 유조선을 겨냥하는 것이 러시아의 석유 수입에 타격을 주기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믿고 있다.
EU는 향후 제재에서 "노(no) 러시아 조항" 적용을 확대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3국의 EU 기업 계열사들은 탄약과 총기뿐만 아니라 군사적 목적의 이중 용도를 가진 특정 품목들을 러시아에 재수출할 수 없게 된다.
여러 국가들과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몇 달간 증가한 액화 천연가스(LNG) 등 러시아로부터의 기타 에너지 수입을 더 제한하려고 하고 있다. 벨기에와 프랑스 등은 집행위원회가 유럽으로 흘러가는 러시아산 LNG 추적을 늘릴 방안을 제안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유럽 국가들은 6개월마다 회원국들이 번갈아 가면서 맡는 EU 이사회 의장국 자리가 연말에 폴란드로 돌아갈 때까지 제재 논의를 미뤄둘 예정이다. 현재 의장국인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친러 성향의 인물로,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고 스스로를 '평화 사절단'으로 묘사해 비판을 받았다.
이러한 논의는 평소 러시아에 유화적이고 우크라이나 지원에 비판적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미국의 강경한 대러 정책이 뒤집히고 서방과 우크라이나의 연대와 대러 전선이 허물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이기기를 원하는지 명확히 언급한 적이 없으며 최근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EU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란과의 핵합의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이란에 대한 제재를 되돌린 적이 있다.
영국 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의 톰 키틴지 금융범죄·보안연구센터장은 유럽 국가들이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을 고려해 자율적인 유럽의 제재를 준비해 왔다"면서도 제재의 집행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키틴지 센터장은 이어 "트럼프가 미국의 대러 제재를 뒤집을 경우 유럽은 더 강력한 제재 집행 조치를 취해야 하며 미국 뒤에 숨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gw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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