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삭감에 BBC 월드서비스 철수…중·러 관영 매체가 틈새 메워"
"BBC가 7100억 쓸 때 중·러 11조~14조원 써…러, 레바논 주파수도 장악"
BBC 월드서비스, 2022년 10개국어 서비스 중단·380명 해고하기도
-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팀 데이비 영국방송공사(BBC) 사장이 라디오 방송인 BBC 월드 서비스에 대한 재정지원 삭감으로 인해 중국과 러시아의 선전전에 대한 대응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BBC, AFP통신 등에 따르면, 데이비 사장은 14일(현지시간) BBC 라디오 4 방송에서 "BBC 월드 서비스에 영향을 주는 재정적 제약이 모스크바와 베이징 및 다른 행위자들로 하여금 틈새를 메우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데이비 사장은 또 이날 초당파적 국제 정치인들이 모인 '미래 복원력 포럼'에서 "월드 서비스의 예산은 4억 파운드(약 7100억 원)에 가까운 반면 러시아와 중국은 아프리카, 중동, 라틴아메리카에서의 언론 활동 확대에 약 60억 파운드(약 11조 원)에서 80억 파운드(약 14조 원)를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데이비 사장은 현재 이스라엘의 침공을 받고 있는 레바논에서 원래 BBC 아랍어 방송이 송출되던 주파수에서 이제는 러시아 지원을 받는 언론이 라디오 방송을 송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달 레바논에서 수천개의 무선호출기(삐삐)가 폭발했을 때 러시아가 지역 사회에 라디오를 통해 선전 방송을 내보냈다며 "BBC가 공정한 라디오 방송 송출을 유지했다면 지역 사람들은 이런 선전 메시지를 듣기 더 힘들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데이비 사장은 "이러한 문맥에서 BBC 월드 서비스의 후퇴는 심각한 세계적 우려 사항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앙 정부가 장기적 관점에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이 모든 비용을 영국 수수료 납부자들에게 부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국 정부 대변인은 "우리는 전세계 수백만 명에게 필수적이고, 공정하며, 정확한 소식과 프로그램을 전하고 있는 BBC 월드 서비스의 성공에 대해 완전히 헌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사 낸디 영국 문화체육부 장관도 "우리는 그(데이비 사장)가 말한 압력과 다른 국가들이 재정 지원을 받는 매체에 투자하고 있는 방식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그는 15년간의 잘못된 경제 운영으로 인해 우리가 물려받은 공공 재정에 대한 압박 역시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BC 월드 서비스는 BBC가 송출하는 국제 라디오 방송으로 TV 채널인 BBC 월드 뉴스와 구분된다. 월드 서비스는 영국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아 42개 언어로 전세계 3억 2000만 명에 세계 소식을 전해 왔다.
그러나 지난 2014년부터는 영국의 일반 가구가 지불하는 수신료로 재정을 충당해 왔다. BBC에 따르면 현재 영국 정부는 월드 서비스에 매년 1억 440만 파운드(약 1840억 원)를 지원하고 있다. 월드 서비스의 한 해 전체 예산은 3억 6600만 파운드(약 6500억 원)다.
이에 월드 서비스는 외국어 방송 서비스를 축소해 왔다. 지난 2022년 월드 서비스는 10개 언어 방송 서비스를 중단하고 380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지난해에는 아랍어, 페르시아어, 힌두어 서비스를 중단했다.
gw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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