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푸틴 체면용' 종전 추진해선 안돼"…러 반정부 인사 직격
석방된 카라-무르자, AFP 인터뷰…"계속 집권하면 전쟁 또 일어나"
"서방의 현실주의가 '괴물' 만들어…푸틴 정권, 가까운 미래에 몰락"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러시아의 반(反)정부 인사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서방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체면을 살리는 용도로 종전을 추진해선 안 된다고 규탄했다. 25년간 철권 통치를 이어온 푸틴 대통령의 집권을 끝내는 것만이 세계 평화를 가져올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수감자 교환으로 러시아 교도소에서 석방된 블라디미르 카라-무르자는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된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푸틴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체면을 살리는 출구를 갖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라-무르자는 이어 "푸틴 정권이 이 전쟁의 결과를 승리로 포장하고 권력을 유지한다면 1년 혹은 18개월 만에 우리는 또 다른 전쟁과 분쟁, 재앙에 관해 이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과거 소련이 갑작스럽게 몰락했던 것처럼 "푸틴 정권은 영원하지 않고 가까운 미래에 끝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러시아 야권은 "푸틴이 떠난 폐허에서 조국을 재건하는 막중한 임무를 앞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방을 향해선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 6개월 넘게 계속된 만큼 전쟁 피로감이 누적된 데 대해 공감을 표하면서도 푸틴 정권과 더 이상 타협해선 안 된다고 직격했다. 카라-무르자는 "서방의 정치가 러시아 지도자를 오늘날 '괴물'로 만들었다"며 "현실주의는 이제 충분하다"고 일축했다.
카라-무르자는 이날 인터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 러시아의 민주화 운동과 우크라이나 정부 사이에 가교를 놓는 역할을 맡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푸틴 정권이 불러온 이 끔찍한 비극을 극복하고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쉽고 빠른 과정은 절대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우린 그것이 가능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2015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암살당한 야당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의 최측근으로 일했던 카라-무르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했다가 2022년 4월 자택에서 반역 혐의로 체포돼 이듬해 4월 법원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영국 시민권자인 그는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복역하다 지난달 1일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러시아 간 수감자 교환으로 다른 15명의 러시아 반정부 인사와 함께 석방됐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시베리아 수형 생활에 대해서도 증언했다. 그는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전쟁 포로로 잡힌 우크라이나 장교들을 만났는데, 그들과 대화를 할 수 없었지만 특별한 종류의 연대 의식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한 러시아의 대표적인 반정부 인사였던 알렉세이 나발니가 시베리아의 교도소에서 지난 2월 사망했다는 소식을 감옥에서 라디오로 접했을 때 충격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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