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민주주의 보호해야'…미·영·EU, 세계 첫 'AI표준' 협정 체결

유럽평의회가 5월 채택한 협약…서명국에 '유해 AI 대응' 의무 부여

인공지능(AI) 규제에 앞장서는 유럽연합(EU)의 모습을 형상화한 자료사진.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미국, 영국과 유럽연합(EU)이 5일(현지시간) 인공지능(AI) 표준에 관한 협약을 세계 최초로 체결한다고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이날 사안에 정통한 내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이날 미국, 영국, EU는 지난 5월 유럽 인권 기구인 유럽평의회(CoE)가 채택한 '인공지능과 인권, 민주주의 및 법치에 관한 기본 협약'에 서명할 예정이다.

이 협약은 공공 및 민간 부문에서 AI를 사용할 때 인권과 민주적 가치를 보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명국들은 앞으로 AI가 유해하고 차별적인 결과물을 생성할 경우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또한 AI 생성물이 평등권과 프라이버시권을 존중하고 권리를 침해당한 피해자가 법적 구제 수단을 가질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AI와 관련한 국가 간 구속력 있는 합의가 체결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10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히로시마 AI 프로세스', 같은 해 11월에는 제1회 AI 안전 정상회의에서 '블레츨리 선언'을 채택하고, 지난 5월에는 EU가 유럽의회를 통과한 AI 규제 법안을 최종 승인했지만 구속력 없는 정치적 선언이거나 특정 블록 내 법률이었다.

유럽평의회는 46개 회원국과 EU는 물론 11개 비회원국(아르헨티나, 호주, 캐나다, 코스타리카, 교황청, 이스라엘, 일본, 멕시코, 페루, 미국, 우루과이)과 함께 지난 2년간 협약 초안을 작성했고, 유럽평의회 각료이사회는 지난 5월 회의에서 이를 채택했다. EU를 탈퇴한 영국은 유럽평의회 회원국 자격으로 협약 작성 과정에 참여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고위 관료는 이날 FT에 "AI 기술이 인권과 민주적 가치를 존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 분야에서 유럽평의회의 핵심 부가가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피터 카일 영국 과학혁신기술부 장관은 "AI 발전이 빠른 만큼 전 세계적으로 첫걸음을 잘 내디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며 이번 협약은 "실질적인 이빨을 가졌으며 이질적인 국가들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위반 기업을 상대로 과징금을 부과하는 EU의 AI 규제법과 달리 이번 협약에는 구체적인 처벌 방안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대신 서명국들은 앞으로 국내 법률을 재·개정해 위반 기업을 처벌하고 피해자를 구제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이날 FT는 "법적 구속력이 있다는 협약 홍보와 달리 협약 준수 여부는 모니터링 수준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