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텔레그램 CEO 체포에 "소통 제한 시도이자 대기업 수장 향한 협박"

"텔레그램, 군사 통신 기반…러시아 주요 민간 메신저"
佛 마크롱 "체포에 정치적 동기 없어…사법 조사 일환"

메신저 앱 텔레그램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 15.09.21 ⓒ AFP=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러시아 국적의 텔레그램 최고경영자(CEO) 파벨 두로프가 프랑스에서 체포된 가운데 러시아 크렘린궁이 이번 체포는 의사소통 자유를 제한하려는 시도이자 대기업 수장에 대한 협박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텔레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7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RV 뉴스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앱에서 민감한 메시지를 삭제하라는 사용자들의 요구는 완전히 어리석다"고 말했다.

이어 "두로프에 대한 혐의는 심각하지만, 프랑스 당국은 이를 뒷받침할 만큼 중대한 증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페스코프 대변인은 "(프랑스 당국이) 이렇게 하지 않는다면 의사소통 자유를 제한하려는 직접적인 시도가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이를 대기업의 수장에 대한 직접적인 협박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는 곧 정치적인 개입이라는 의미인데, 마크롱은 어제 이를 부인했다"고 전했다.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X에 "텔레그램 CEO 파벨 두로프는 정치적 동기 없이 사법 조사의 일환으로 체포됐다"며 "소셜미디어에서는 실제 생활에서와 마찬가지로 시민을 보호하고 기본권을 존중하기 위해 법에 따른 자유를 행사해야 한다"고 적었다.

텔레그램 설립자이자 CEO인 두로프는 지난 24일 저녁 프랑스 파리 외곽 르 부르제 공항에서 체포됐다.

두로프 CEO는 텔레그램이 돈세탁이나 마약 밀매, 아동 포르노를 퍼뜨리는 등 각종 범죄에 악용되고 있는데도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텔레그램은 페이스북, 유튜브, 왓츠앱, 인스타그램, 틱톡, 위챗에 이어 세계에서 활발하게 사용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중 하나다. 내년까지 10억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강력하게 암호화돼 있어 언론의 자유가 제한되는 국가나 전쟁 중인 지역에서 인기가 많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공습 정보를 공유하거나 러시아 군대와 친(親)크렘린궁 블로거들 간 소통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78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한 전쟁 전문 블로거는 "프랑스가 두로프를 체포하기로 한 결정은 본질적으로 러시아 군대의 커뮤니케이션 책임자가 구금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전쟁 블로거 알렉세이 수콘킨도 "텔레그램은 군사 통신의 기반"이라며 "서방 정보 기관의 통제를 거의 받지 않는 러시아의 주요 민간 메신저"라고 전했다.

한편 러시아 태생의 39세 두로프 CEO는 프랑스 시민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난 2013년 동생 니콜라이와 함께 텔레그램을 설립했다. 현재 20조 원이 넘는 자산을 보유한 억만장자기도 하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