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쿠르스크 침공은 종전 계획 1단계"…러는 연이틀 보복 공습
4단계로 구성한 종전안…바이든에게 전달 예정
러, 도리어 우크라 공격 강화…평화협상은 요원
- 박재하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3주째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 쿠르스크 침공이 '우크라이나 승전 계획'의 첫 단계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군 격퇴에 고전하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역에 공습을 퍼붓고 동부전선에서 공세를 강화하며 역으로 압박에 나서고 있다.
27일(현지시간) CNN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키이우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쿠르스크 침공이 4단계로 구성된 우크라이나 종전안의 첫 부분이라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종전안을 오는 9월 유엔 총회에 참석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 대선에 출마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도 똑같이 전달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계획의 성패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달렸다"라며 미국의 지원 계획과 무기 사용 제한 해제 등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종전안의 첫 단계가 쿠르스크 침공으로 이미 완료됐다며 이후 △우크라이나의 글로벌 안보 인프라 참여 △외교적 수단을 통한 러시아 종전 압박 △경제적 조치 등이 계획돼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모든 것을 말할 수는 없다"며 더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지난 6일 러시아 서남부 쿠르스크로 진격한 우크라이나군은 현재까지 마을 100여 곳과 1294㎢를 점령하고 러시아 군인 594명을 생포했다고 주장했다.
쿠르스크 침공은 러시아에 비해 병력도 무기도 부족한 우크라이나군이 종전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일종의 승부수로 띄운 전략이다.
쿠르스크 점령지를 활용해 현재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영토를 맞바꾸는 일종의 거래 카드로 사용하겠다는 심산이다.
다만 양국의 평화 협상은 우크라이나의 바람대로 그리 쉽게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전날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침공으로 평화 협상이 "당위성을 잃었다"라고 말했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도 "적을 완전히 패배시킬 때까지 더 이상 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공세를 강화하며 역으로 압박에 나서는 모습을 보인다.
러시아는 이날과 전날 에너지 기반 시설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전역에 걸쳐 대규모 공습에 나섰다. 이날에는 200개 이상의 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해 공격했고, 전날도 비슷한 규모로 공습을 퍼부었다.
연이틀 이어진 공격으로 우크라이나에서는 최소 13명이 숨졌으며 50여명이 다쳤다. 또 키이우 외곽 드니프로강의 수력발전소 등이 공격받아 전력과 수도 공급에 차질이 생기기도 했다.
이에 더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부전선의 병참기지로 사용되는 포크로우스크를 향해 진격하고 있다. 현재 포크로우스크에서는 피란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러시아가 도리어 우크라이나를 거세게 압박하면서 과연 우크라이나가 쿠르스크 침공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NYT는 "군사 분석가들은 지난 수개월간 우크라이나의 군사 자원이 이미 고갈됐다고 지적하며 동부전선에서 방어 태세를 유지하며 쿠르스크를 계속 공격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고 짚었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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