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지원 F-16 전투기 우크라 도착…개전 이후 처음"

블룸버그 30일 소식통 인용보도…1차 인도분 7월말 기한 지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5월 벨기에 브뤼셀 인근 멜스브룩 공군기지를 방문해 알렉산더 드쿠르 총리(오른쪽)와 루디빈 드돈더 국방장관(왼쪽)과 함께 F-16 전투기를 둘러봤다<자료사진>. 2024.05.28.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서방이 지원한 미국산 F-16 전투기가 우크라이나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가 서방으로부터 전투기를 지원 받은 건 개전 이후 2년 5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러시아에 제공권을 뺏긴 우크라이나가 그간 군사지원 최우선 품목으로 전투기를 꼽았던 만큼 이번 F-16 인도는 전장 상황을 개선하는 데 일조할 전망이다. 다만 실전 배치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한 데다 공중전 양상이 무인기(드론) 위주로 재편돼 '게임 체인저'가 되긴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31일(현지시간)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약속했던 F-16 1차 인도분이 최근 우크라이나에 처음으로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정확히 몇 대의 전투기가 들어왔는지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7월 말까지였던 1차 인도 기한을 지켰다고 전했다.

나토 회원국인 벨기에·덴마크·네덜란드·노르웨이 4개국이 수년간 약 80대의 F-16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중 일부가 이달 우크라이나 땅을 밟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블룸버그 소식통은 이번 인도 물량은 적다고 귀띔했다.

각국의 F-16 재수출에 관한 허가권을 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전투기 지원 요구에 처음에는 러시아 본토 타격에 따른 확전을 우려해 난색을 표했지만 지난해 5월 입장을 선회했다. 이를 계기로 같은 해 8월과 11월 각각 덴마크와 루마니아에서 우크라이나 공군 조종사를 위한 비행 훈련이 시작됐다.

미국 방산기업 록히드마틴이 제작한 F-16은 20㎜ 벌컨포를 기본 장착한 상태에서 각종 폭탄과 로켓, 미사일을 추가로 탑재할 수 있다. 항속거리는 3200㎞에 달해 우크라이나에서 발진해 러시아 본토의 군사 기지와 에너지 인프라를 효과적으로 파괴할 수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공군 조종사들의 비행 훈련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F-16을 실전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고 이날 블룸버그 소식통들은 전했다. 우크라이나 내 활주로도 충분하지 않고, 그나마 있는 활주로도 관리가 미흡했고 러시아의 공격에 매우 취약하다.

또한 F-16이 국경을 넘어 러시아 영공에 진입할 경우 격추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 이런 이유로 올 들어 러시아의 군사기지와 에너지 인프라를 집중적으로 공격해 온 우크라이나군은 소형 드론을 여러 대 보내는 방식을 선택했다. 블룸버그는 베테랑 조종사들을 인용해 F-16이 전장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되지는 못할 것 같다고 논평했다.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