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英내각회의 연설…"장거리 타격능력 지지" 호소

외국정상 연설, 클린턴 이후 27년만…스타머 "우크라 지원은 핵심 정책"

영국 키어 스타머 총리(왼쪽)가 19일(현지시간) 영국 총리 관저인 다우닝가 10번지에서 열린 내각회의에 참석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오른쪽)과 악수하고 있다. 2024.07.19. ⓒ AFP=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영국 내각회의에 참석해 러시아 본토를 표적으로 하는 우크라이나군의 장거리 타격 능력을 지지해 줄 것을 호소했다. 외국 정상이 영국 내각회의에서 발언한 것은 1997년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이달 취임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새 정부의 변함 없는 지원을 약속했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영국 총리 관저인 다우닝가 10번지에서 35분간 스타머 총리와 양자회담을 한 뒤 내각회의에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는 사이먼 케이스 내무장관, 존 힐리 국방장관, 루시 파웰 하원의장 등 주요 각료들이 배석해 젤렌스키 대통령을 기립박수로 맞이했다.

군복 차림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받는 미사일 사거리 제한이 해제될 수 있도록 영국이 다른 서방국들을 설득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군에 대한 서방 무기 사용 제한이 해제되면 국경 지역보다 더 깊숙한 곳을 공격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러시아의 폭탄으로부터 최전선 도시를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내각 회의에 앞서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는 이 정부 의제의 핵심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므로 젤렌스키 대통령이 내각에서 역사적인 연설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추켜세웠다.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양자회담에선 영국이 좀 더 속도감 있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 지난 7일 힐리 장관은 전임 보수당 정부가 했던 군사 지원 약속을 향후 100일 이내에 이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영국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이래 우크라이나를 강력히 지지해 왔으며, 지난해 5월 서방국 중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을 지원했다. 영국을 포함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에 미사일을 제공하면서도 러시아와의 확전을 우려해 사거리를 제한했다. 영국이 인도한 '스톰 섀도' 미사일도 사거리가 560㎞에 달하는 내수용이 아닌 240㎞짜리 수출용이었다.

그러나 1년 가까이 교착 상태에 빠진 우크라이나 동·북부 전선에서 지난 2월부로 러시아군이 주요 요충지를 점령하기 시작하자 러시아 본토 타격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이에 사거리 165㎞의 구형 에이태큼스(ATACMS)만 지원했던 미국은 지난 5월 300㎞짜리 신형 모델을 인도하면서 공격 범위를 러시아 국경 인근으로 확대했다. 그럼에도 미사일 사용을 '방어 목적'으로만 국한해 러시아 본토 깊숙이 있는 군사 기지는 여전히 공격 범위에서 제외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영국 총리 관저인 다우닝가 10번지에서 열린 내각회의에 참석해 각료들로부터 기립 박수를 받고 있다. 2024.07.19. ⓒ AFP=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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