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英내각회의 연설…"장거리 타격능력 지지" 호소
외국정상 연설, 클린턴 이후 27년만…스타머 "우크라 지원은 핵심 정책"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영국 내각회의에 참석해 러시아 본토를 표적으로 하는 우크라이나군의 장거리 타격 능력을 지지해 줄 것을 호소했다. 외국 정상이 영국 내각회의에서 발언한 것은 1997년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이달 취임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새 정부의 변함 없는 지원을 약속했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영국 총리 관저인 다우닝가 10번지에서 35분간 스타머 총리와 양자회담을 한 뒤 내각회의에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는 사이먼 케이스 내무장관, 존 힐리 국방장관, 루시 파웰 하원의장 등 주요 각료들이 배석해 젤렌스키 대통령을 기립박수로 맞이했다.
군복 차림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받는 미사일 사거리 제한이 해제될 수 있도록 영국이 다른 서방국들을 설득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군에 대한 서방 무기 사용 제한이 해제되면 국경 지역보다 더 깊숙한 곳을 공격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러시아의 폭탄으로부터 최전선 도시를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내각 회의에 앞서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는 이 정부 의제의 핵심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므로 젤렌스키 대통령이 내각에서 역사적인 연설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추켜세웠다.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양자회담에선 영국이 좀 더 속도감 있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 지난 7일 힐리 장관은 전임 보수당 정부가 했던 군사 지원 약속을 향후 100일 이내에 이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영국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이래 우크라이나를 강력히 지지해 왔으며, 지난해 5월 서방국 중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을 지원했다. 영국을 포함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에 미사일을 제공하면서도 러시아와의 확전을 우려해 사거리를 제한했다. 영국이 인도한 '스톰 섀도' 미사일도 사거리가 560㎞에 달하는 내수용이 아닌 240㎞짜리 수출용이었다.
그러나 1년 가까이 교착 상태에 빠진 우크라이나 동·북부 전선에서 지난 2월부로 러시아군이 주요 요충지를 점령하기 시작하자 러시아 본토 타격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이에 사거리 165㎞의 구형 에이태큼스(ATACMS)만 지원했던 미국은 지난 5월 300㎞짜리 신형 모델을 인도하면서 공격 범위를 러시아 국경 인근으로 확대했다. 그럼에도 미사일 사용을 '방어 목적'으로만 국한해 러시아 본토 깊숙이 있는 군사 기지는 여전히 공격 범위에서 제외됐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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