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푸틴 "美대선 끝나야 양국대화 가능…트럼프 종전약속 진심"
상하이협력기구 폐막 기자회견…"선거기간 워싱턴과 건설적 대화 불가"
"트럼프의 종전방안은 알지 못해"… 우크라 영토포기 우회적 압박한듯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끝나야 군축과 관련한 양국 간 진정성 있는 대화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취임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빠른 시일 내에 종식하겠다는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약속은 진심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2019년 미국이 파기한 중거리핵전력(INF)조약을 거론하며 "미국으로부터 전략적 안정성과 관련한 대화 재개를 원한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고 말했다.
이어 "전략적 안정성을 위한 법적인 틀을 만드는 문제는 여전히 중요하다"며 "이것은 새로운 합의이거나 기존 합의로의 복귀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선거운동 기간에는 워싱턴(미국)과 건설적인 대화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리는 선거를 기다려야 한다. 미국 내 분위기와 선호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첫 대선 TV토론에서 자신이 당선되면 내년 1월 공식 취임하기 전까지 우크라이나 전쟁을 단번에 종식하겠다고 공언한 데 대해 푸틴 대통령은 "그가 진심으로 말한 것을 의심하지 않으며 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가 이 일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그의 가능한 제안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며 "이것이야말로 핵심 질문"이라고 꼬집었다.
TV토론을 시청했는지, 시청했다면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선호가 바뀌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몇가지 대목을 봤다"면서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고 이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2월 자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좀 더 예측 가능한 인물이라며 그의 당선이 러시아에 유리하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물론 푸틴 대통령의 '바이든 선호'는 본심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회의적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영토를 일부 내어주더라도 하루라도 빨리 전쟁에서 발을 빼고 싶어하는 것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4월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와 동부 돈바스 4개주를 러시아에 양도하는 방안을 참모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크림반도는 2014년 러시아가 강제합병했고, 돈바스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점령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 핵심 측근 두명은 우크라이나가 이러한 조건을 전제로 한 평화회담에 참여해야만 미국으로부터 무기를 지원받는 방안을 지난 6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제시했다. 같은 달 푸틴 대통령도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지역에서 철군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포기하면 대화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온전한 영토 회복을 평화회담 최우선 조건으로 고수하고 있다.
seongski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