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직원, 키이우에 상주한다…트럼프 2기·유럽 극우 돌풍 대비

우크라에 고위 공무원 파견…獨에 신규 사령부 설치
각국 정국 변화와 무관하게 지원 유지하려는 의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이 27일 (현지시간)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공보실이 제공한 사진) 2024.06.27/ ⓒ AFP=뉴스1 ⓒ News1 조유리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유럽에서 부는 극우 바람과 한층 더 커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에 대비해 우크라이나 장기 지원책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각국이 국내 정치 상황에 따라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향한 지원을 중단하거나 철회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결정은 그동안 러시아와의 정면충돌을 우려하며 우크라이나 지원에 거리를 뒀던 나토가 이제는 전면으로 나서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겠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등 나토 회원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나토 민간 고위 공무원을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또 나토는 독일 비스바덴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장비 공급과 우크라이나 병력 훈련을 담당할 새로운 사령부를 설치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를 위한 나토 안보 지원과 훈련'(SATU)이라고 불릴 예정인 이 계획은 32개국 700여명으로 구성된 다국적 연합군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던 2022년 2월부터 진행됐던 임무를 인계받을 전망이다.

이러한 일련의 구상은 오는 9~1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최종 결정돼 발표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2024 대선 첫 TV토론회에서 맞붙었다.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고령 리스크를 겪는 바이든 대통령의 쉰 목소리를 듣고 미소를 짓고 있다. 2024.06.27/ ⓒ 로이터=뉴스1 ⓒ News1 조유리 기자

WSJ은 이번 계획이 최근 미국 대선 TV 토론으로 커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과 프랑스와 네덜란드 등 유럽연합(EU) 전역에서 벌어진 극우 돌풍에 대비해 불가역적인 우크라이나 지원책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보 달더 전 나토 주재 미국 대사는 "이러한 변화의 가장 큰 이유는 우크라이나 지원이 트럼프 때문에 흔들리지 않게 하려는 것"이라며 "나토가 미국 대신 우크라이나 지원과 관리를 담당하며 미국이 지원을 줄이거나 철회하더라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글러스 루트 전 나토 주재 미국 대사도 이번 조치가 "미국, 프랑스, 영국, 심지어 EU의 선거 결과와 같은 잠재적인 국내 정치 지형 변화에도 견딜 수 있는 내구성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전현직 미국 관리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나토와 러시아 간의 장기적인 의지 경쟁이 된 상황에서 이번 조치로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더 잘 조정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이번 결정으로 그동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거리를 두며 미국에 대부분의 지원을 의존해 온 나토가 향후 더 확대되고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한창인 가운데, 23일(현지시간) 하르키우에서 공중 투하 폭탄으로 숨진 노인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는 지역 노동자들의 모습. 2024.06.23 ⓒ AFP=뉴스1 ⓒ News1 임여익 기자

미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WSJ에 "나토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 전체 안보 지원의 90% 이상을 제공했기 때문에 나토는 우크라이나가 현재와 미래에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지원을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동안 계속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데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최근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핵심 참모진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평화 협상에 나서지 않을 경우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원조 중단을 검토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울러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선 후 취임 전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외교적 합의를 성사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jaeha6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