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극우 승리 막으려면 여당의 좌파 지지 필요…마크롱의 선택은
"극좌·극우 나뉜 경우 중도파 기권하는 경우 많다"
"며칠 내로 마크롱 중도 연합 폭발할 수도"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막을 수 없는 극우 물결이 밀려들고 있다. 프랑스 총선 1차 투표에서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정당인 국민연합(RN)이 지지율 33%로 선두를 달리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정치생명도 끝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크롱 대통령이 극우의 득세를 저지하기 위해 자신과 대립각을 세우던 좌파 연합과 손을 맞잡을지 주목된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내무부는 지난달 30일 치러진 프랑스 조기 총선 1차 투표에서 RN이 33%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좌파 연합인 신민중전선(NFP)은 28%을 득표해 2위를 차지했으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 연합은 20%의 득표율로 3위에 그쳤다.
마린 르펜은 전날 밤 연설에서 "유권자들은 (투표를 통해) 7년간의 경멸적이고 썩은 권력을 뒤집고 싶다는 욕구를 전달했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프랑스 국민은 RN과 그 동맹 세력을 선두에 올려 '마크롱 블록'을 실질적으로 말살했다"고 덧붙였다.
RN의 대표 조르당 바르델라도 "모든 프랑스 국민의 총리가 돼 국가 통합을 추진하겠다"며 "좌파는 나라를 무질서와 반란, 경제 파멸로 이끌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NFP의 장뤼크 멜라숑도 "이번 선거는 마크롱 대통령에게 엄중하고 부인할 수 없는 패배를 안겼다"면서도 "RN을 위한 자리는 단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RN이 의회에서 단독 과반을 차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프랑스 여론조사기관인 엘라브는 RN이 결선 투표에서 의석 260~310석을, 입소스는 RN이 230~280석을, IFOP는 RN이 240~270석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총 577석인 프랑스 하원에서 과반은 289석이다.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은 후보자가 없는 선거구에서는 1주일 후인 오는 7일 상위 후보자의 결선 투표를 실시, 최종 당선자가 결정된다.
총선이 끝나고 개표 결과가 일부 발표되자, 극우의 득세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프랑스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에 모여 항의의 뜻을 전했다.
이 시위는 2002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 1차 투표에서 2위를 차지한 장마리 르펜에 대항하는 시위를 연상시켰다. 장마리 르펜은 마린 르펜의 아버지이자 RN의 창립자로, 2002년을 포함해 5번이나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 당시 결선 투표에서는 자크 시라크에게 참패하며, 대통령직에 오르지는 못했다.
그러나 20년 동안 유럽 정치는 극적으로 변했다. 2010년 이후 경제·난민 문제와 함께 주류 정당의 실패로 유럽 전역에서 극우 정당이 꿈틀대기 시작한 것.
더군다나 중도 좌·우파가 권력을 나누던 프랑스에서 국민들은 연금 개혁을 밀어붙이던 마크롱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다.
여론조사기관 오피니언웨이의 브뤼노 장바르 연구원은 "좌파는 마크롱을 최대 적으로 만들었고, (좌파 연합의) 장뤼크 멜라숑은 마크롱과 수개월에 걸쳐 거대한 정치적 전투를 벌였다"며 "극좌파와 극우파 중 하나를 선택할 때 중도파 유권자들이 기권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장마리 르펜의 막내딸인 마린 르펜은 3번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가 쓴맛을 본 뒤 4번째 대권 도전을 예고한 상태다.
프랑스 시앙스 포 대학의 브뤼노 코트르 정치학 교수는 폴리티코 유럽판에 "그들은 유럽 선거에서 세 번 연속 승리했고 마린 르펜은 두 번이나 대선 2차 본선에 진출했다"며 "만약 그들이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선거(이번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그들은 주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폴리티코는 "RN이 단독 과반을 확보할지는 다른 정당과 마크롱이 RN의 압도적 승리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그들은 의견 차이를 접어두고 극우를 물리치기 위해 단결할 것인가. 일요일 밤(30일), 마크롱 동맹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중도 우파 세력 내부에서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터뜨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피에르 마티오 전전 릴 정치대학 총장은 워싱턴포스트(WP)에 "앞으로 며칠 안에 마크롱의 중도 연합은 폭발할 수 있다"며 "중도 우파는 마크롱 없이도 스스로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선거는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관측된다. 프랑스는 유럽연합(EU) 최초 회원국 중 하나로, EU 내에서 두 번째로 경제 규모가 크다.
최근 독일에서는 극우 정당의 당원 숫자가 전년 대비 60% 증가하고, 영국의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극우 성향의 영국개혁당이 지지율 17%로 보수당보다 근소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정치컨설팅회사 유라시아그룹의 무즈타바 라흐만은 WP에 "프랑스는 화해할 수 없을 정도의 의회 교착과 혼란을 겪을 것"이라며 "이는 프랑스뿐 아니라 EU, 우크라이나에 나쁜 소식"이라고 분석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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