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이슬람 지역서 유대교 회당·교회 총기난사…경찰 15명 사망(상보)

"러시아 향한 종교 전쟁"·"배후에 나토 있을 것" 주장

23일(현지시간) 러시아 남부 다게스탄 자치공화국에 있는 정교회 두 곳과 유대교 회당, 경찰 검문소 등에 무장괴한들이 침입해 총기를 난사해 최소 9명이 숨졌다. 24.06.23 ⓒ AFP=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러시아의 대표적인 이슬람권 지역 다게스탄 자치공화국에서 무장 괴한이 유대교 회당과 교회 등을 공격해 경찰관 15명이 숨졌다.

23일(현지시간) 타스통신과 리아노보스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께 다게스탄 데르벤트 지역에 있는 정교회 두 곳과 유대교 회당, 경찰 검문소 등에 무장 괴한들이 침입해 총기를 난사했다.

다게스탄 공화국의 수장 세르게이 멜리코프는 텔레그램을 통해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사회 상황을 불안정하게 만들려고 시도했다"며 "다게스탄 경찰이 그들을 막았고, 총격 피해자 중에는 경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적었다.

그는 "15명 이상의 경찰관이 무기를 들고 다게스탄의 평화와 고요를 지키다가 오늘 테러의 희생자가 됐다"며 "여러 명의 민간인도 사망했다"고 덧붙였다.

다게스탄 공화국 내무부는 경찰관 13명과 민간인 3명 등 16명이 다쳐 병원에 입원했다고 밝혔다. 다게스탄 공화국은 24일부터 26일까지 3일을 애도 기간으로 선포했다.

이날 새벽까지만 하더라도 사망자는 법 집행관 7명, 신부, 교회 경비원 1명 등 9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중에는 다게스탄 라이트 경찰서의 서장인 마블루딘 키디르나비에프도 있다고 타스는 전했다.

다게스탄 공공 모니터링 위원회 위원장 샤밀 카둘라예프는 "내가 받은 정보에 의하면, 니콜라이 신부가 데르벤트 교회에서 살해당했다"고 말했다.

괴한들의 총격이 있었던 뒤 데르벤트의 한 유대교 회당에서는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성명에서 "데르벤트의 회당에 불이 붙어 잿더미가 됐고, 지역 경비원이 사망했다"며 "마하치칼라의 유대교 회당은 총격당했으며 더 이상의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공격 당시 회당에는 예배자들이 없었고, 유대인 공동체에서 발생한 사상자도 알려진 바 없다"고 덧붙였다.

국가반(反)테러위원회는 리아노보스티에 보낸 성명에서 "오늘 저녁 데르벤트와 마하치칼라시에서 무장 공격이 자행됐다"고 전했다.

러시아 수사당국은 성명을 통해 "사건의 모든 정황과 테러 공격에 연루된 인물들을 파악 중이며 이들의 행동에 대해 법적 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게스탄 공화국에서 대(對)테러 작전이 진행되는 동안 최소 6명의 무장세력이 제거된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러시아 관리들은 증거 없이 우크라이나를 테러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고 CNN은 보도했다. 드미트리 가지예프 국가두마 부국장은 "우크라이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공격의 배후에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리아노보스티도 사설을 통해 "이슬람주의자, 우크라이나 무장 세력 및 외국 정보기관-이 모든 세력이 함께 행동해 러시아 민간인에게 계획된 타격을 가했다"며 "러시아를 상대로 벌어지고 있는 테러는 공개적인 종교 전쟁"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전장뿐만 아니라 후방에서도 사악한 테러 방법을 사용해 우리나라를 상대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것은 승리하는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상원의원은 텔레그램 게시물을 통해 "모든 테러 공격을 우크라이나와 나토의 계략으로 간주하면 러시아에 큰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카스피해에 접한 다게스탄 자치 공화국에 거주하는 인구 320만 명은 대부분 수니파 무슬림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한 이후 이 지역의 인종적, 종교적 긴장은 더욱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다게스탄 자치공화국 공항에 유대인들이 도착한다는 소문이 퍼지며 이들의 입국을 막으라는 반(反)이스라엘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