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우크라 점령지·나토 가입 철수' 발언에 우크라·서방 일제히 반발
젤렌스키 "히틀러와 같은 말…신뢰할 수 없어"
美 "제안 자격 없다"…나토 "러, 우크라 포기 안해"
- 박재하 기자,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권영미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점령지에서 철수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포기를 휴전 조건으로 내세우자 우크라이나와 미국 등 서방이 일제히 반발했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AFP통신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도중 푸틴 대통령의 발언이 "과거와 다르지 않은 최후통첩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푸틴 대통령이 "아돌프 히틀러와 똑같은 일을 저지르고 있다"라며 "이것이 바로 우리가 그의 메시지를 신뢰할 수 없는 이유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열린 나토 국방장관회의에서도 푸틴 대통령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푸틴은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불법적으로 점령하고 있다"라며 "그는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지시할 위치에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가 (전쟁을 끝내기로) 선택한다면 오늘 당장 끝낼 수 있다"라며 "우리는 그에게 그렇게 하고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철수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이건 선의로 이뤄진 제안이 아니다"라며 "이건 우크라이나가 지금까지 러시아가 점령할 수 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영토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곧 더 많은 무력·점령 행위를 의미하며 러시아의 목표가 우크라이나를 통제하는 것임을 보여준다"라고 비판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군이 자포리자, 헤르손, 도네츠크, 루한스크 지역에서 철수하고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 계획을 포기한다면 러시아는 당장 내일이라도 평화 회담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지역은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점령한 지역들로, 우크라이나 전체 영토의 약 18% 정도다.
또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해외 러시아 자산 동결을 '도둑질'이라고 비난하며 반드시 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G7은 전날 동결된 해외 러시아 자산의 이자를 이용해 우크라이나에 새로운 500억 달러 규모 자금을 지원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jaeha67@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