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코스트 치하에서 꽃피우지 못하고 스러진 16세 소녀의 일기 [역사&오늘]
6월 12일, 안네 프랑크가 생일 선물로 일기장을 받다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942년 6월 12일 안네 프랑크가 13번째 생일 선물로 체크무늬 일기장을 받았다. 이 일기장에 써 내려간 글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유대인 박해 실상의 단면을 보여준 '안네의 일기'다.
안네는 1929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은행가 오토 프랑크와 어머니 에디트 프랑크 사이에서 태어났다. 위로는 언니가 한 명 있다. 평범한 유대인 가정에서 행복하게 생활하던 안네는 1933년 아돌프 히틀러가 정권을 잡으면서 역사의 비극에 휘말린다.
나치의 본격적인 탄압에 안네의 가족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피신했다. 1940년 독일은 네덜란드마저 점령하고 유대인 색출에 나섰다. 미국 망명에 실패한 안네의 가족은 1942년 오토 프랑크가 운영하던 회사 건물의 비밀 별실에 숨어 살게 된다. 안네는 이 은신처에서 6월 12일부터 2년간 일기장에 자신의 일상, 감정, 그리고 꿈을 기록해 나갔다.
일기장에는 안네의 가족을 포함한 8명이 숨어 살며 겪었던 애환이 고스란히 기록됐다. 궁핍해진 생활, 은신 생활의 고충, 서로 부대껴 살며 느낀 애증, 어렵게 구한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먹던 소소한 행복, 사춘기 소녀의 감성 등이 빼곡하게 담겼다.
1944년 8월 4일, 안네 가족은 은신처가 발각돼 강제 수용소로 끌려갔다. 안네의 일기는 8월 1일로 끝나 있다. 안네는 강제 수용소가 해방되기 한 달 전인 1945년 2~3월경 16세의 나이로 티푸스로 숨졌다. 앞서 어머니와 언니가 죽자 삶의 희망의 끈을 놓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은신처에서 함께 지내던 8명 중 오토 프랑크만 겨우 살아남았다. 그는 네덜란드로 돌아온 후 은신처에서 안네가 쓴 일기를 발견하고 이를 출간했다. 안네의 일기는 홀로코스트의 아픔과 인간의 희망을 담은 귀중한 역사적 자료다. 이 책은 전 세계 70여 개 언어로 번역돼 홀로코스트의 비극을 알리고 인권과 평화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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