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독점' 애플, 2.7조원 EU 과징금에 항소…"소비자 피해 없었다"

앱외부 결제방법 숨겨 독점규정 위반…전세계 매출 0.5% '과징금 폭탄'
법인세 특혜 의혹으로 이미 법정공방…DMA로 구글·메타와 함께 조사중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본부 건물 전경. 2023.11.8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플랫폼 사업자의 지위를 남용해 음원 시장을 독점했다는 이유로 유럽연합(EU)으로부터 2조7000억원 상당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애플이 법원에 정식으로 항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AFP 통신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룩셈부르크 소재 EU사법재판소 일반법원은 애플이 EU 집행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방침에 반발해 지난 16일 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날 집행위 대변인은 애플의 항소에 대해선 따로 언급하지 않은 채 "법원의 결정을 방어할 준비를 마쳤다"고 확인해 줬다. 애플은 이날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지난 3월 집행위는 애플이 자사 하드웨어 운영체제(iOS) 사용자들을 상대로 앱 외부에서 이용할 수 있는 저렴한 음악 구독 서비스가 있다는 사실을 숨기는 방식으로 EU의 독점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고 보고 18억4000만 유로(약 2조7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한 불공정 관행을 즉시 시정할 것을 명령했다.

EU가 독점 금지 규정을 근거로 애플에 과징금을 부과한 건 처음있는 일이다. 과징금 액수는 기본 4000만 유로에 억지력 차원에서 18억 유로가 더해져 당초 시장이 예상했던 5억 유로를 훌쩍 넘어섰다. 당시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집행관은 "이보다 더 적은 과징금은 애플과 같은 거대 기업에는 '주차 딱지'와 다름없다"며 전세계 애플 매출의 0.5%로 과징금을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EU의 이번 조치는 스웨덴 음원기업 스포티파이가 2019년 EU에 애플이 최대 30%에 달하는 앱스토어 수수료를 아낄 수 있는 외부 결제 방법을 안내하지 못하도록 차단했다며 불공정 관행에 대한 조사를 요구한 데 따른 결정이다. 과징금을 내게 된 애플은 즉각 성명을 내고 집행위가 소비자 피해에 대해 신뢰할 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과징금 부과 결정을 내렸다"며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애플이 EU와 법정 공방을 벌이는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6년 집행위는 애플이 아일랜드에서 법인세 특혜를 받았다며 체납 세금과 이자에 해당하는 130억 유로(약 19조원)를 납부하라고 명령했다. 애플은 이에 불복해 EU사법재판소에 항소했다. 2020년 1심인 일반법원은 특혜 의혹을 기각하며 애플의 손을 들어줬지만, 집행위 상고로 이 사건은 현재 최고법원에 계류된 상태다.

애플은 또한 집행위로부터 EU 디지털시장법(DMA) 위반 1호 사례로 구글, 메타와 함께 지목돼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시행된 DMA는 등 플랫폼기업 6곳을 '게이트키퍼(문지기)'로 지정해 자신들이 구축한 플랫폼 내에서 시장 지배력을 남용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이에 발맞춰 애플은 제3의 앱스토어를 자사 OS에서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제3의 수단으로 결제하더라도 최대 27%에 달하는 막대한 수수료를 내야 하는 등 관련 조치가 미흡하다는 게 집행위의 판단이다.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