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러 '3국 연대' 부담 느끼는 중국이 푸틴 방북 막았나

WSJ, 소식통 등 인용해 "中, 불안감 느끼고 있어"
"예측할 수 없는 북·러에 갇히지 않는 것이 목표"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베이징의 국가 대극원에서 열린 양국 수교 75주년과 중러 문화의 해 개막 기념 콘서트에 참석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악수를 하고 있다. 2024.05.17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중국 방문 뒤 북한을 찾지 않고 러시아로 돌아간 데 대해 '중국의 만류'가 있었을 수 있다는 추측이 제기됐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익명의 외교관들과 이 사안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소식통 등을 인용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푸틴과 김정은(북한 노동당 총비서), (중국에)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불안정한 국제 파트너 간 관계가 더욱 친밀해지면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6~17일 중국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그가 17~18일 일정으로 북한까지 찾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의 방중(訪中) 마지막 일정이 북한과 740㎞ 떨어진 하얼빈이었기 때문에 이런 관측에 더 힘이 실렸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평양을 찾지 않고 곧바로 러시아로 돌아갔다.

러시아와 북한은 중국의 최대 우호국으로 꼽히며, 오랜 기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다만 중국은 현시점에서 3국(북·중·러)이 연대하는 것과 같은 모습으로 국제사회에 비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미국의 대중(對中) 경제 압박이 어느 때보다 거세지고 있고 중국이 유럽과 같은 서방국가들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WSJ에 소식통 등은 "푸틴 대통령이 중국과 북한을 함께 방문하면 3국 권위주의 축에 대한 서방의 두려움이 강화돼 중국이 외교적으로 더 고립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북·러가 더욱 밀접한 관계를 맺기 시작하자 미국은 물론 유럽국가들 또한 이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내왔다.

러시아 국영 통신사 타스통신에 따르면 지난 18일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의 방북(訪北) 준비가 "나름의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예정 방문 날짜를 발표하진 않았으나, 북한을 방문할 계획은 분명 있다는 얘기다. 다만 '중국 방문 직후'라는 시점은 피한 셈이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실시하는 모습. 2023.09.13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WSJ는 "중국이 모스크바에 어떤 압력을 가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그러나 중국은 러시아에 러시아가 이전에 제기했던 '3자 동맹'이 아닌 '양자 관계(중·러)'를 발전시키는 것을 선호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고 전했다.

세계평화와 관련된 문제를 분석하는 미국 스팀슨 센터의 쑨윈 중국프로그램 국장은 "중국은 3국 협력이 부각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예측할 수 없는 두 명의 파트너들에게 갇히는 것을 피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중국이 북한 정권의 미사일이나 위성 발사를 늦추려고 하지는 않지만, 북한이 또 다른 핵실험을 하지는 않도록 설득하는 일에 무게를 두는 것처럼 보인다"고 언급했다. 그는 "중국은 현상 유지를 하면서 동북아에 잠재적 위협이 되는 북한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에게 중국과의 관계는 북한보다 더 상위에 있다는 언급도 나왔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며, 러시아로서는 이에 따라 경제적인 면 등을 고려했을 때 중국과의 양자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더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점이 중국이 꺼리는 '방중 직후 방북'을 푸틴 대통령이 적극 피해준 이유라는 얘기다.

전직 북한, 벨라루스 주재 영국 대사였던 존 에버라드는 "북한은 푸틴에게 우선순위가 아니다"라며 "북한은 단지 러시아와 거친 놀이를 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cho1175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