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하수 유출 잇따르더니 이젠 식수 오염 사례까지속출[통신One]
SWW "가축 들판 지나는 수도관 손상으로 기생충 유입 추정"
재무장관, 수도기업 국유화 전환 부정적 입장 재확인…"투자 확대 집중"
(런던=뉴스1) 조아현 통신원 = 영국에서 대규모 하수 유출로 인한 환경 오염 사례가 잇따르면서 민간 수도회사에 대한 여론이 갈수록 악화하는 가운데 남서부 대표 휴양지에서 식수 오염으로 인한 기생충 감염 환자까지 속출해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3월 말 영국 환경청(EA)은 수도 회사들이 무단 방출한 미처리 하수량이 크게 늘었다고 공식 발표했고 지난 16일에는 세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호수에도 하수가 대량으로 흘러 들어간 사실이 밝혀졌다.
같은 날 잉글랜드 남서부의 휴양지로 유명한 데번에서는 수돗물을 통해 전파된 기생충 감염 사례까지 발생했다. 감염 확진자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봄과 여름철 관광 특수를 노렸던 데본의 지역경제에도 식수 오염 소식이 전해지면서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겨 여파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17일(현지시간) BBC 방송과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데번에서는 기생충인 크립토스포리디움에 의한 감염 확진자 사례가 46건 보고됐다. 이는 전날 발생한 22건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크립토스포리디움증의 주요 증상은 설사, 복통, 미열 등이다. 증세는 2주 정도 지속되다가 호전되지만 후천성면역결핍증 환자나 면역력이 약한 유아나 아동의 경우 치명적일 수도 있다.
확진자 외에도 비슷한 증상으로 지역 보건의(GP)를 찾은 환자가 100명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영국 보건안전청(UKHSA)은 크립토스포리디움 감염 사례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관할 수도회사인 사우스웨스트워터(SWW)는 역학조사를 벌인 결과 소가 있는 들판을 지나는 수도관이 손상돼 기생충이 유입된 것으로 잠정 추정하고 있다.
현재 데번의 1만6000가구와 사업체에는 끓이지 않은 수돗물을 식수나 양칫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지침이 내려졌다.
사우스웨스트워터는 피해 고객을 대상으로 115파운드(약 19만8000원) 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지만 데번 주민들은 실제 손실 규모에 비하면 어림도 없다는 반응이다.
데번의 브로드샌즈 해변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마이클 스미스는 BBC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손실 금액이) 수천 배는 될 것"이라며 "지난 며칠 동안 하루에 400~500파운드(약 68만~86만원)씩 손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스웨스트워터는 피해 업체를 위한 전용 핫라인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한편 제러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은 이날 34년 전에 민영화한 수도기업을 국유화하는 방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재차 확고히 했다.
헌트 장관은 데번에서 발생한 식수 오염 사태와 관련해 기자들이 현 정부가 안전한 물 공급을 보장하는 데 실패한 것인지 묻자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투자를 요구하기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민영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논점의 본질을 흐리게 만드는 것(red herring)'"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앞으로 상수도 인프라 개선에 대한 투자를 어떻게 최대한 끌어내는 가다"라면서 "그것이 정부가 지향하는 정책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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