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수도기업, 세계 유네스코 지정 호수에도 하수 '콸콸'[통신One]
1000만리터 하수 유출 추청…2022년도 유사한 사건 신고
관할 수도회사 "예상치 못한 통신 장애로 발생" 해명
(런던=뉴스1) 조아현 통신원 = 영국 수도 회사들이 지난해부터 무단 방류한 미처리 하수량이 기록적인 수치에 이르자 국민적 공분이 점차 커지는 가운데, 최근에는 세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호수에까지 오염수가 혼입된 사실이 드러났다.
영국 북서부에 있는 윈더미어 호수는 잉글랜드에서 가장 큰 호수이자 많은 영국인에게 사랑받는 자연 명소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이곳마저도 수도 회사에서 유출한 하수로 오염된 사실이 밝혀졌다.
15일(현지시간) BBC 방송은 윈더미어 호수에 1000만 리터가 넘는 미처리 오염수가 불법으로 배출된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잉글랜드 북서부 지역에 수도 공급과 하수 처리를 담당하는 민간 수도기업 유나이티드 유틸리티스(United Utilities)는 지난 2월 레이크 디스트릭트 국립공원 안에 있는 윈더미어 호수에 무려 10시간 동안 하수를 쏟아낸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업체는 사건이 발생한 지 13시간이 지나서야 환경청에 신고했다.
문제는 지난 2022년에도 같은 장소에서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잉글랜드 북부 컴브리아의 보네스온윈더미어 마을에 있는 펌프장은 하수를 윈더미어 폐수 처리장으로 보낸다.
하지만 지난 2월 28일 밤에 펌프가 멈췄고 처리되지 않은 오염수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윈더미어 한가운데로 방류됐다.
BBC가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펌프장은 지난 2월 28일 오후 11시34분에 윈더미어 호수로 하수를 배출하기 시작해 다음날 오전 9시49분까지 간헐적으로 쏟아냈다.
폭우나 폭설로 인해 펌프장에서 처리할 수 있는 하수 용량이 넘칠 경우에는 일부 방류하는 것이 허용되지만 이번 사건은 엄연한 불법이었다.
비상 펌프는 초당 500리터에 가까운 속도로 6시간 동안 작동했고 모두 1000만 리터 이상의 하수가 호수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는 이번 사고가 "예상치 못한 지역 통신 네트워크 장애로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업체가 통신 장애 발생으로 하수가 불법 방류될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으면서도 사전에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BBC는 전했다.
윈더미어 호수에는 최근 수년 동안 여름철에 진한 녹조가 번져 물이 독성을 띠기 시작했다.
환경단체 '세이브 윈더미어' 설립자인 매트 스타닉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윈더미어에서는 계속해서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유나이티드 유틸리티스가 호수를 오염시키고 환경청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tigeraugen.ch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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