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노동당 '국경안보부 설치' 발표에 "현 체제 유사" 쓴소리
보수당 출신 엘피케 의원 중도보수 표심 흔들기 지원사격
"게임 체인저 안 될 것…현 정권 소형선박 작전지휘부와 유사"
(런던=뉴스1) 조아현 통신원 = 키어 스타머 영국 노동당 대표가 보수층 표심을 흡수하기 위해 외연 확장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난민 문제 대응을 위한 국경안보지휘부 신설 방안을 두고 현 정권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당은 망명 신청 시스템을 원점에서 재건하고 소형 보트를 띄우는 데 개입하는 조직을 소탕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과거 난민 문제를 두고 노동당과 갈등을 빚어왔던 나탈리 엘피케 의원도 스타머 대표를 지원 사격하는 데 앞장서 눈길을 끌었다.
스타머 대표 입장에서는 중도보수층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리시 수낵 총리를 저격할 포화까지 얻은 셈이 됐다.
10일(현지시간) BBC방송과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이날 잉글랜드 남동부 딜에서 연설을 통해 망명 신청자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딜은 최근 보수당에서 노동당으로 당적을 옮긴 엘피케 의원의 선거구인 도버지역 안에 있는 해안 마을이다.
이날 엘피케 의원은 스타머를 소개하면서 "스타머의 리더십 아래 노동당이 중도 표심을 점령하고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며 "소형 보트를 타고 오는 이주민 문제보다 수낵 총리의 부족함이 더 명확하게 드러난 곳은 없다"고 말했다.
스타머 대표는 다가오는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난민들을 추방하기 위해 고안된 르완다법을 즉각 폐기하고 고장 난 망명 시스템을 재건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르완다법을 '속임수'이자 '돈 낭비'라고 규정하고 국경 보안 지휘부로 대체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노동당은 르완다법 폐지로 확보할 수 있는 예산이 7500만 파운드(약 1287억3600만원)가량 될 것으로 추산했다.
노동당은 관련 예산으로 집권 여당으로 출범한 첫해에 수백 명의 수사관과 정보 요원들을 투입해 영불 해협을 건너는 소형 보트를 단속하겠다는 계획이다.
노동당은 이미 지난달 르완다법이 통과된 이후 7월 중순에 망명 신청자들을 아프리카 르완다로 보내는 정부의 계획을 취소하겠다는 선거 공약을 내건 바 있다.
스타머 대표는 정확히 언제 르완다법이 폐기되는지 묻는 말에 "노동당 정부가 들어서면 곧바로 정책을 폐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효과가 없고 막대한 비용이 들 것 같은 정책을 계속할 수는 없다"고 했다.
특히 불법 입국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단속할 수 있도록 대테러법 권한을 확대해서 색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밀입국 브로커나 관련 조직으로 의심되는 금융 계좌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금융 거래 내역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할 방침이다.
노동당은 국경 보안을 위해 이런 권한을 부여하려면 의회에서 새로운 법안이 통과돼야 하지만 의회에 상정되면 신속하게 통과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이민 전문가는 현 정부의 계획을 답습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옥스퍼드 대학교 이민 관측소의 피터 월시 선임 연구원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노동당의 이민자 대책과 관련해 "게임 체인저가 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영불 해협을 통해 영국으로 무단 입국을 시도하는 선박을 감시하고 차단하는 현재의 소형선박작전지휘부와 겉으로 보기에 매우 유사해 보인다"며 "악마는 세부 사항 안에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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