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군이 된 적…英노동당, 보수당 저격수 의원 전격 영입에 '경악'[통신One]
보수당서 탈출해 반대 진영 노동당 옮기는 의원 잇따라
"당 전체가 분노" "인사 검증 부족" 내부 반발
(런던=뉴스1) 조아현 통신원 = 키어 스타머 영국 노동당 대표가 보수당의 간판 저격수로 활동하면서 노동당 공격에 앞장섰던 의원을 영입한 것을 두고 당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이번에 당적을 바꾼 나탈리 엘피케 하원의원은 전직 보건복지부 장관이었던 댄 폴터 의원에 이어 추락하는 보수당에서 탈출해 노동당에 둥지를 튼 두 번째 의원이다.
보수당은 현재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노동당보다 20%p 이상 뒤지고 있다. 지난 2일 실시된 지방선거에서도 474석을 잃었고 노동당 후보들에게도 크게 패했다.
불과 지난 2주동안 보수당 소속으로 활동하다 노동당으로 옮긴 의원이 두 명이나 잇따르면서 리시 수낵 총리 체제에도 압박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8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스타머 대표는 이날 노동당으로 입당한 엘피케 의원을 환영하고 "(보수당이) 국경을 안전하고 단단하게 지키는 데 실패하고 있다"고 말했다.
엘피케 의원은 "수낵 총리 체제 아래 보수당은 무능과 분열의 대명사가 됐고 중도층도 포기했다"면서 맹렬한 비판과 함께 보수당을 떠났다.
스타머 대표는 엘피케 의원을 환영했지만 노동당 예비내각 구성원과 주요 의원들은 당혹해하거나 경악하는 분위기라고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다수 의원들이 보수층과 우익 세력을 대변하던 엘피케 의원의 가치관과 그의 전적이 노동당에서 과연 환영받아야 하는 지 의구심을 드러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노동당 예비내각 장관은 일간 가디언에 "이번 결정에 대해 당 전체에서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예비내각 장관도 "논리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우리는 이런 일이 필요하지 않았다"며 "엘피케 의원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을 것 같아서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보수당 의원들도 동료였던 엘피케 의원의 탈당에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엘피케 의원은 과거 스타머 대표를 향해 '결단력 없는 사람(Sir Softie)’이라고 부르면서 "노동당이 국경 개방을 원한다"고 비판하는가 하면 "노동당은 불법 이민에 대처할 계획도 없을 뿐 아니라 원하지도 않는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또 다른 논란은 엘피케 의원이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전 남편을 '여성들에게 매력적인 인물'이라고 묘사하면서 성범죄를 옹호하고 담당 판사에게 영향력을 미치려고 시도하다 적발돼 의회로부터 공개 사과를 요청받았던 일이다.
엘피케 의원의 전남편 찰리 엘피케는 이후 유죄를 선고받았다.
한편 댄 폴터 의원은 재정 적자와 의료 인력 부족으로 무너져 가는 국민보건서비스(NHS) 개혁에 성과를 내지 못하는 보수당에 실망했다는 이유로 지난달 27일 노동당으로 옮겼다. 그는 당시 "보수당이 더 이상 NHS를 우선시하지 않는 '우파 민족주의 정당'이 됐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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