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르완다법 이번주 통과 가능성 높아져…이주민 인원도 급증[통신One]

13~14일 748명 불법 입국…주말 집계 기준 최고치
망명 신청자 추방할 항공편 마련은 또 다른 과제

지난 17일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런던의 총리 관저에서 르완다 안전법안의 하원 통과와 관련해 연설하고 있다. 이날 영국 하원은 르완다를 난민 체류가 가능한 안전국으로 규정하는 법안을 찬성 320표·반대 276표로 가결했다. 2024.1.17.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런던=뉴스1) 조아현 통신원 = 영국으로 입국하는 불법 이주민들을 추방하기 위해 고안된, 이른바 르완다 안전(망명 및 이민)법이 의회 통과를 앞둔 가운데 지난 주말 동안 소형 보트를 타고 영국에 도착한 망명 신청자 인원이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15일(현지시간) 영국 내무부가 발표한 공식 통계자료와 일간 가디언,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에는 소형보트 5척과 망명 신청자 214명, 14일에는 소형보트 10척에 534명이 집계됐다. 불과 한 주 전인 지난 8일 기준 보트 2척과 이주민 82명이 발견된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지난 1~7일, 9~12일까지 영국에 도착한 불법 이주민은 없었으나 13~14일 이틀 동안 총 748명이 영국 땅에 도착했다.

영국 내무부가 지난 2018년부터 집계한 소형 보트로 입국한 불법 이주민 인원 현황을 살펴보면 이들은 주로 주말 또는 평일 수요일과 목요일에 입국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올해 들어 주말 동안 이렇게 많은 인원이 몰린 것은 지난 13~14일이 처음이었다.

물론 지난 2022년 데이터를 살펴보면 하루 만에 1131명(10월 29일), 1214명(11월12일)이 넘는 망명 신청자가 몰려든 기록적인 수치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22년 4월 영국·르완다 협정이 체결된 이후 2년이 지났지만 올해만 6000여명이 불법 이주민으로 입국한 것으로 추산된다. 협정 체결 이후 지금까지 2년 치를 보면 7만5000여명이 도착했다.

해당 협정은 영국이 망명 신청자를 아프리카 르완다로 보내 망명 심사를 받게 하고 대가로 르완다에 1억2000만파운드(약 2703억6700만원)를 지불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영국 대법원은 지난해 관련 법안이 국제인권법에도 어긋날뿐더러 망명 신청자들이 본국으로 강제 송환될 위험이 상당하다고 보고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이에 리시 수낵 총리는 동아프리카 국가가 안전하다고 선언하는 방법으로 법안 재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르완다 안전(망명 및 이민)법은 이번 주 의회에서 다시 논쟁의 쟁점이 될 예정이다. 정부는 영국 상원이 국제법 준수를 기반으로 수정한 르완다법을 뒤집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수정 법안은 16일 상원으로 보내지고 이후에 다시 하원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상원과 하원 간 법안 주고받기가 되풀이되겠지만 영국 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주말까지는 망명 신청자들을 추방하는 르완다법이 통과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추방에 동원될 항공편 마련은 법안이 통과되고 약 한 달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집권 여당인 보수당 총재 수낵 총리가 총선을 앞두고 야당인 노동당보다 지지율이 약 20%p 뒤진 상황에서 가능한 한 빨리 법안을 통과시켜 망명 신청자 문제를 해결하고 싶을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또 필요하다면 영국이 유럽인권보호조약(ECHR)를 탈퇴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금까지 ECHR를 떠난 국가는 1969년 군부가 집권했던 그리스와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뿐이었다.

한편 법적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불법 입국한 망명 신청자들을 추방하는 데 필요한 비행기를 제공하는 항공사를 찾는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망명 신청자들을 지원하는 단체들은 이번 주에 르완다법이 통과될 경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tigeraugen.ch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