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수장, 한국 우크라 무기지원 문제에 "어떤 지원도 환영"

스톨텐베르그 '인도태평양 파트너' 언급…"다수 파트너국 이미 포괄적 지원 제공"
북러 밀착에 "유럽·아시아 안보 불가분" …조태열 외교장관 "인도적 지원 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나토 창설 창설 75주년인 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열린 나토 외교장관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4.04.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한국 등 인도태평양 협력국들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또한 유럽과 아시아의 안보가 연결돼 있다고 강조하며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을 거론했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나토 창설 75주년을 맞은 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나토 외교장관회의가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제 한국이 살상무기를 지원할 때'라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의 말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한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은 채 "인도태평양 파트너들이 어떤 종류의 구체적인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너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겠다"며 "어떤 지원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파트너 중 다수는 이미 나토의 포괄적 지원 패키지에 많은 지원을 제공했다"면서 호주가 장갑차를 지원한 사실을 예시로 들었다.

그러면서 이번 나토 외교장관회의에 초청된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4개국과의 추가 협력도 기대했다. 그는 "우리는 우크라이나 지원뿐 아니라 사이버 및 하이브리드, 기타 분야에서 우리가 무엇을 더 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며 "오는 7월 워싱턴 정상회의에서 우리의 인도태평양 파트너들과 이미 협력 중인 것들을 토대로 한 새로운 프로젝트에 합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또한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이란·북한의 대(對)러 무기 지원을 거론하며 유럽과 아시아의 안보가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이란과 북한이 어떻게 탄약과 미사일, 드론을 러시아에 전달하고 있는지를 보고 있다"며 "그 대가로 러시아는 이들 국가의 미사일 및 핵 프로그램을 위한 기술을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에 한 종류의 안보가 있고, 아시아에는 또 다른 종류의 안보가 있다는 생각은 성립하지 않는다"며 "우리의 안보는 지역적인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3일(현지시간) 나토 창설 75주년을 맞아 벨기에 브뤼셀에서 1박 2일 일정으로 열린 외교장관 회의에 32개 회원국 외교장관들이 참석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2024. 4. 4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앞서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이날 한국 등 인도태평양 4개국이 참석한 회의에서도 "북한과 이란은 상당한 양의 무기와 탄약을 (러시아에) 공급하고 있다"며 "그 대가로 북한과 이란은 그들의 미사일과 핵 능력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러시아의 기술과 물자를 공급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역내 및 글로벌 안보에 영향을 미친다"고 역설했다. 또한 권위주의 세력이 더욱 공고해짐에 따라 힘이 아닌 법치에 의한 세계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같은 생각을 가진 국가들이 함께 연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토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회의장에 들어가기 앞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북러 밀착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보렐 대표는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는 러시아와 북한이 얼마나 가까운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기 위해 두 나라가 어떻게 협력하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유엔 안보리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임기를 연장하는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지만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됐다. 이로써 전문가 패널은 창설 15년 만인 오는 30일 자동으로 종료돼 유엔의 대북제재 감시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창설 75주년인 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열린 '나토·인도태평양 4개국' 회의에 참석한 조태열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부 장관(왼쪽)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4.04.04. ⓒ AFP=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조태열 한국 외교부 장관은 이날 '나토·인도태평양 4개국 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이 나토 외교장관 회의에 참여하는 기회를 갖게 된 것에 사의를 표했다.

조 장관은 "유럽의 안보가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와 점점 더 얽혀가는 지정학적 환경뿐 아니라 인도 태평양 지역 내 같은 생각을 가진 국가들과 진지하게 관여하려는 나토 회원국들의 강력한 정치적 의지를 반영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와 북한 간 지속적인 군사협력이 한반도 안보뿐 아니라 역내 및 글로벌 안보에도 매우 심각한 위협이 되는 만큼 우리는 이번 대화 기회에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 문제와 관련해선 "우크라이나에 그간 인도적 지원을 해왔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해왔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지난 3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진행된 이번 나토 외교장관회의에는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4개국 외교장관이 초청됐다.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