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반도 합병 10년…'푸른 군복 남성'의 공포가 여전히 거리 떠돈다

러, 반대파 소수민족과 주민 불법 탄압중

10년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으로 우크라이나 국기 대신 러시아 국기가 걸려있는 세바스토폴 시 청사의 모습.ⓒ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러시아가 10년 전 불법 합병한 크림반도에서 합병을 반대했던 소수민족이나 주민들을 불법 탄압하는 일이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다고 미국 CNN방송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은 루트피예 주디예바라는 이름의 우크라이나 여성의 영상을 소개했는데 현지 저널리스트이자 인권 활동가인 주디예바는 이 영상에 푸른 군복을 입은 남성부터 체포당하는 자기 모습을 담았고 이를 소셜 미디어에 올렸다.

영상에서 주디예바는 남성들에 둘러싸인 채 집을 나서서 한 시간 동안 구금되었다 풀려났다. 그는 이번이 2019년 이후 세 번째 체포라면서 이번 체포가 소셜 미디어에 올린 게시물이 '대중매체 자유 남용'이라며 기소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디예바는 CNN에 "정치적인 동기가 있는 범죄 사건을 취재하거나 고문에 관한 글을 쓸 때, 특수 기관이나 경찰의 레이더망에 잡히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체포, 수색, 고문, 탄압이 자행되고 있다"면서,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명하려고 하자마자, 아니면 어떻게든 연루되어 표적이 된다"고 밝혔다.

이는 러시아에 강제 병합된 후 특히 주디예바가 속한 투르크계 무슬림 소수 민족인 타타르족에게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 됐다. 이들은 원래 크림반도의 토착민인데 크림반도가 소련의 일부였을 때 심한 박해를 받다가 1944년에는 반도에서 쫓겨나기까지 했다. 그 후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들어서 우크라이나가 독립을 쟁취하면서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2014년 합병되면서 다시 박해받는 처지가 됐다.

인권 단체들에 따르면 당시 합병을 반대했던 사람이나 단체, 타타르족 같은 소수민족들은 그 여파로 러시아의 박해 대상이 다시 됐다.

크림반도 타타르인인 인권 변호사 에밀 쿠르베디노프는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부터는 상황이 더욱 악화하였다고 전했다. 납치되거나, 재판도 없이 교도소에 구금하는 사례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쿠르베디노프 자신도 러시아 당국으로부터 여러 차례 체포당했는데 러시아는 이를 '테러와의 전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 명목 아래, 그들은 종교인, 시민 언론인, 그 밖의 불만을 품은 사람들을 체포할 수 있다"고 쿠르베디노프는 말했다.

러시아의 2014년 크림반도 점령에는 '리틀 그린 맨(작은 녹색 옷을 입은 남자)'라고 불렀던 계급장 없는 군복을 입은 러시아 병사들이 이용됐다. 크림반도에는 친러시아 성향 사람도 있었지만 1991년 근소한 차이로 국민투표에서 우크라이나의 독립이 결정됐던 것처럼 그래도 합병 반대가 더 많았다. 2014년 이전 주민 대부분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이 불법이거나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리틀 그린 맨이 등장한 지 몇 주 후 조작된 주민 투표에서 러시아 합병이 95.5% 찬성으로 나와 결국은 합병이 이뤄졌다. 그 후 우크라이나 제도의 교체와 반대파에 대한 억압이 러시아의 공공 투자와 애국심이라는 베일 아래 진행되었다고 CNN은 전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