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리스크에 불안한 유럽…독일선 금기시된 핵무장 주장도 나와
"프·영 핵전력, 유럽 안보에 도움"…"핵무기 논의 필요"
독일, 1990년 통일 때 핵 무기 사용·생산 금지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독일에서 국가적 금기 사항인 핵무장이 정계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러시아의 위협이 커지고 미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유럽의 안보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다.
15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이끄는 사회민주당 소속 유럽의회 의원 카타리나 발리는 지난 13일 타게스슈피겔에 "핵무기 문제가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도 프랑크푸르트알게마이네차이퉁(FAZ) 기고에서 "프랑스와 영국의 전략적 핵전력은 이미 우리 동맹의 안보에 기여하고 있다"며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의 최근 발언을 유럽 안보의 이러한 요소(핵무기)를 더 재고하라는 요청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썼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나토 회원국들이 방위비를 더 부담하거나, 러시아가 나토 동맹을 공격해도 자국 안보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며 나토를 상대로 방위비 압박 수위를 높였다.
유럽 각국은 최근 방위비 지출을 늘렸지만, 유럽 주둔 미군 8만 명과 미국의 핵우산에 안보를 크게 기대고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트럼프발(發) 안보 위협에 유럽 내부에서는 '전략적 자율성'이 거론되고 있다. 독일 일부 정치인들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나토가 아닌 유럽 차원의 핵우산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유럽연합(EU)에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건 프랑스가 유일하다.
더군다나 독일은 1990년 통일에 관한 '2+4' 조약을 체결하며 핵, 생물, 화학무기에 대한 사용과 생산을 금지했다.
린드너 장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 외에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독일 국방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고 짚었다. 그는 "독일 안보 정책이 전환점을 지난 지 이제 2년이 지났다"며 "독일의 안보, 안정, 번영의 토대를 마련했던 동서분쟁 종식 이후의 시대가 끝났다는 것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고 적었다.
독일 출신으로 유럽의회 최대 정파인 유럽국민당(EPP)의 대표인 만프레드 베버도 "유럽의 핵우산을 배제하지 않으며, 마크롱은 이미 유럽을 위한 프랑스 핵전력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겠다는 막연한 제안을 했다"며 "도널드 트럼프가 보호국으로서의 미국의 역할에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 차원에서 핵우산을 고려한다면, 문제는 누가 핵무기를 제공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프랑스는 현재 유럽을 포괄할 만큼 자체 핵 억지력을 확대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도이치벨레(DW)는 "독일과 같은 또 다른 EU 국가가 핵무기를 획득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현재 상황으로는 그럴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라파엘 로스 유럽외교협회(ECFR) 안보정책 전문가는 DW에 "현재 상황에서 독일이 핵무기를 자체적으로 획득해야 할 이유는 없으며 그렇게 하지 않을 충분한 이유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것은 세계 핵 질서에 엄청난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며 "이는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 핵 확산을 촉발할 수 있고, 독일을 심각한 국제 제재 체제에 노출시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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