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국'스위스, 안보 위협에 국방비 확대…"2035년까지 30조원 마련"

2027년까지 장비 구입·연구 등에 5조3000억원 투입
스위스, 지난 1월 친러 해커 집단에 사이버 테러 당해

비올라 암헤르트 스위스 연방 대통령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54회 세계경제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4.01.16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 중립국 지위를 지켜오던 스위스가 최근 안보 위협이 증가하자 국방비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비올라 암헤르트 스위스 연방 대통령은 2027년까지 군사 장비를 구입하고 2025년부터 2028년까지의 군사 지출액을 이전보다 약 46억3000만달러(약 6조1700억원) 가량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2035년까지 약 225억8800만달러(약 30조원)의 추가 군사 자금을 마련하겠다고도 공언했다.

암헤르트 대통령은 지난 30년 동안 '평화 배당금'에 따른 저축으로 스위스의 군사력이 약해졌다고 지적했다. 평화 배당금이란 국방비를 줄이고 다른 부문에 자원을 투자해 경제적 이익을 얻는 것을 말한다.

암헤르트 대통령은 스위스군의 지휘 통제 시스템과 지상군과 공군, 사이버 방어의 부족을 짚었다. 토마스 수슬리 스위스 육군 참모 총장은 "일부 스위스 포병의 경우 1960년대에 도입돼 교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배정됐던 군사 지출 예산을 약 245억1100만달러에서 2025년부터 2028년까지는 약 291억4600만달러 수준으로 올릴 수 있도록 하는 프레임워크를 제출할 것이라고 암헤르트 대통령은 말했다.

현지 매체 스위스인포에 따르면 스위스는 올해부터 2027년까지 4년에 걸치는 기간 동안 약 39억7600만달러(약 5조3000억원)를 들여 군사 장비를 포함한 군사력을 갖출 예정이다. 이중 약 22억6000만 달러(약 3조원)는 직원 장비와 자재 교체에 사용되며, 약 9억달러(약 1조2000억원)는 프로젝트 연구 및 시험에 배정된다.

올해에는 지상군용 유도 미사일과 이동식 레이더 등 군사 장비를 구입하고 통신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약 2억3700만달러가 투입된다. 군 전용 데이터 센터 건설과 사이버 보안 확충에는 약 1억9200만달러(약 2560억원)가 들어갈 예정이다.

암헤르트 대통령은 "유럽 대륙과 중동의 전쟁, 세계 무력 분쟁 등 현재의 불안정한 안보를 고려하면 분명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번 계획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얻은 교훈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스위스는 지난 1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세계경제포럼 참석을 위해 스위스 다보스를 방문한 이후 친러시아계 해커 집단의 공격을 받으며 안보 위기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이 공격으로 정부의 누리집(웹사이트)가 먹통이 되는 등 이용에 차질을 빚었다.

여기에 방위비를 충분히 지출하지 않으면 러시아의 잠재적 공격으로부터 나토 회원국들을 보호하지 못할 수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는 오랫동안 무장 중립 원칙을 고수해 온 나라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거나 스위스산 무기를 보유한 국가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재수출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로는 유럽연합(EU)의 대러 경제 제재에는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stopy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