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3년차…위기의 젤렌스키, 돌파구 있을까?

푸틴 "협상이 낫지 않겠는가"…러, 우크라 점령지에 '눈독'

지난 9월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탈환한 남부 헤르손주(州) 비스코필야 마을 거리에 우크라이나 국기가 휘날리고 있다. 2022.09.27/뉴스1 ⓒ AFP=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박재하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차에 접어든 가운데, 교착화된 전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변수들이 등장하고 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정권교체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우크라이나 종전을 위해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소모전이 마침내 급물쌀을 탈지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시들해진 국제사회 관심...돌파구는?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비약적 지원 속 3년째 전쟁을 치를 수 있었지만, 전쟁 장기화와 가자지구 전쟁에 따른 중동 확전 위기로 국제사회의 관심이 예전만 못하다.

전황 자체도 우크라이나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2년간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면서 지칠 대로 지친 상황이며, 탄약은 물론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여름 야심차게 시작한 '대반격'은 러시아의 견고한 방어선과 서방의 소극적인 지원에 막혀 좌절됐고, 이에 대한 지도부 간 불화로 전시에 군 사령관이 해임되는 사태도 일어났다.

게다가 내부 여론 조사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입지마저 약화하고 있다. 부패 스캔들이 잇따르고 있고, 추가 징집에 대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반응도 미온적이다.

우크라이나의 든든한 지원군이 돼주던 서방도 전쟁 장기화에 관계가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가장 강력한 지원국인 미국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에 대한 불안과 공화당의 반대 속에 우크라이나 지지 여론 역시 약해졌다.

이에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완전한 승리'보다 '종전 협상에서 유리한 지점 확보'로 전략을 수정 중이라는 보도도 나오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미래는 내년 미국 대선 결과와 직결된다는 분석도 우세하다. 내년 미국 대선에서 유력한 공화당 후보로 꼽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동안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데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다만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그간 특정 세력들의 반발 속 표류 중이던 우크라이나 잠정 지원안이 합의를 이뤄내며 변곡점을 맞이했다는 기대감도 흘러나온다.

8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날 공개된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앵커와의 인터뷰에서 "조만간 우리(러시아-우크라이나)는 어쨌든 합의에 도달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2024.02.08/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 "러, 군사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강해졌다"

</strong>외신들과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우크라이나 전황이 러시아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는데 동의하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푸틴은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푸틴의 승전이 가능해보이는 이유는 승리 여부가 '영토 점령'이 아닌 '인내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 푸틴은 러시아를 전쟁 태세로 전환해 권력을 장악했고, 이란·북한 등으로부터 부족한 무기고를 채우고 있다.

뿐만 아니라 푸틴은 남반구 국가들을 주축으로한 '글로벌사우스'가 미국과 척을 지도록 세계를 분열시켰으며, 우크라이나가 민주주의 국가로 부상할 수 있다는 서방의 확신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서방이 푸틴을 좌절시킬 의지만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력한 조치로 러시아의 산업과 재정을 옥죄일 수 있지만, 안일함과 충격적이게 부족한 전략적 비전이 더해지면서 판세가 푸틴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전문가들 역시 유리한 고지에 오른 러시아의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바바라 잔체타 킹스 칼리지 런던 전쟁학과 연구원은 "우크라이나의 전쟁 종식 전망은 여전히 암울하다.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하면 푸틴은 군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더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전장의 상황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우크라이나의 겨울 공세는 중단된 것으로 보이지만, 러시아 역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그 어느때보다 미국과 EU가 내리는 정치적 결정에 따라 전쟁의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바흐무트의 파괴된 건물 지붕에서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의 병사들이 국기와 깃발을 흔들며 점령을 환호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전쟁 몇주안에 끝날 수 있어"푸틴의 '자신감'

푸틴 대통령은 최근 공개된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앵커와의 인터뷰에서 "정말로 전쟁을 멈추고 싶다면 (우크라이나에) 무기 공급을 멈춰야 한다"라며 "그렇게 한다면 전쟁은 몇 주 안에 끝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패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미국을 향해 "러시아와 협상하는 것이 더 낫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을 거부할 뜻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끝까지 가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지만 이날 인터뷰에서는 이례적으로 먼저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유화적인 메시지를 내보낸 셈이다.

만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측 제안을 수용한다면 러시아에 점령당한 자국 영토 일부를 포기해야 한다.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의 영토 가운데 약 18%를 차지했는데, 푸틴 대통령은 이를 그대로 차지할 수 있다면 타협할 의향이 있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입장 변화가 없는한 이같은 평화 협정을 거부할 공산이 크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그동안 거듭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영토를 내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끝까지 탈환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회담을 갖고 "미국 의회의 실패, 우크라이나 지원 포기는 범죄에 가깝다. 분노할 일"이라고 밝히고 있다. 2024.2.11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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