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테러 생존자 절망딛고 화보집…"카메라 앞에 선 이유는"[피플in포커스]

황산 테러와 패션 산업 경각심 주기 위한 화보집

황산테러 생존자인 패트리샤 르프랑이 벨기에 자신의 집에서 화보집을 보여주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황산테러의 생존자이자 운동가인 패트리샤 르프랑(59)이 당당히 자신의 모습을 내보이며 카메라 앞에 섰다. 세 아이의 엄마인 그는 15년전 전 애인이 뿌린 황산을 맞아 얼굴이 녹아내렸지만 자신과 같은 피해자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서 화보집을 찍었다.

르프랑은 22일(현지시간) 벨기에의 자신의 집에서 화보집을 보여주며 로이터통신과 인터뷰를 가졌다. 화보집에는 2009년 황산 테러가 있기 전의 자신의 모습과 후의 모습이 담겼다. 영국 패션 사진작가 랭킨이 촬영했고 자선단체 황산 생존자 국제 트러스트(ASTi)의 캠페인 일환으로 제작됐다.

르프랑은 “나는 테러 이후에야 나 자신을 보는 법을 배웠다. 5~6년 전 이 사진을 봤다면 눈물을 흘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말하자니 좀 가혹하게 들리지만 나는 이 추악함과 함께 사는 법을 배웠다. 바로 나다"고 덧붙였다.

르프랑의 전 애인은 배달원 행세를 하고 르프랑의 집으로 가서 황산을 뿌렸다. 황산을 맞은 르프랑은 "걸을 수 없어서 팔로 기었다. 내 팔이 아스피린처럼 녹아내리는 것을 보았다. '너는 여기서 죽는구나'하고 나는 내 자신에게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얼굴과 몸이 타들어간 그는 3개월 동안 혼수상태에 빠졌고 100번이 넘는 수술을 받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는 자신이 아직 살아 있는 것은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르프랑은 "그 사건이 있기 전부터 나는 파이터였고 집에 갇혀만 있으면서 그(가해자)를 만족스럽게 하고 싶지 않았다"며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이유를 말했다.

화보집은 보통 패션 브랜드들이 신상품을 보여주는 카탈로그로 사용되지만 이번 화보집은 황산 테러의 파괴적인 영향과 패션과 섬유업계의 부식제 관리를 연결시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제작됐다.

ASTi 측은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파키스탄과 같은 국가에서 황산 테러가 일어났던 지역은 대규모 산업 패션 기반이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남성이 여성을 상대로 벌이는 황산 테러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기업들이 부식제를 더 엄격하게 통제하도록 하려는 의미기에 화보집의 타깃 고객은 패션 산업 고위 임원이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최소 1만건의 황산 테러가 발생하지만 실제로 경찰에 보고되는 수는 많지 않아 전세계 발생 수는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벨기에 자신의 집에서 사진 포즈를 취해주는 황산테러 생존자인 패트리샤 르프랑. ⓒ 로이터=뉴스1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