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낵 총리 사퇴해야"…난민 르완다 송환에 英 보수당 내분

클라크 보수당 하원의원 23일 일간지 기고…총산 대패 우려에 지도부 교체 촉구
대법원 송환 제동에 수낵, 우회법안 발의…하원 통과했지만 당 부의장 2명 사임

지난 17일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런던의 총리 관저에서 르완다 안전법안의 하원 통과와 관련해 연설하는 모습. 이날 영국 하원은 르완다를 난민 체류가 가능한 안전국으로 규정하는 법안을 찬성 320표·반대 276표로 가결했다. 당초 60표 이상으로 예상됐던 보수당 내 '반란표'는 11표에 그쳤다. 2024.1.17.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난민 신청자를 르완다로 송환하는 정책을 추진해 온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정책 강도를 둘러싼 당내 내분으로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다.

영국 대법원이 국제 인권법을 이유로 난민 송환에 제동을 걸자 수낵 총리가 이를 우회하는 '르완다 안전법안'을 마련했는데, 보수당 강경파를 중심으로 '법안이 너무 무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끊이질 않고 있다. 급기야 총리직 사퇴 요구까지 제기됐다.

강경 우익으로 분류되는 사이먼 클라크 보수당 하원의원은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지에 '당의 자산에서 닻(anchor)으로 전락한 수낵'이란 제목의 기고문을 내고 수낵 총리가 계속 여당을 이끌면 "보수당은 연말 총선에서 학살당한다"고 주장했다.

클라크 의원은 "임박한 재앙을 부정하는 건 인간의 본능"이라면서 "앞으로 영국은 10년 이상 키어 스타머의 노동당에 의해 운영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는 환상을 걷어내고 그 어떤 방종도 용납하지 말아야 한다"며 내부 결집을 촉구했다.

또한 "총리 리더십이 (민심) 회복의 주요 걸림돌이라는 것은 이제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20% 중반대에 갇힌 보수당 지지율의 원인을 수낵 총리 탓으로 돌렸다. 그러면서 "지도부 교체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일주일 정도면 가능하다"며 수낵 총리의 사임을 압박했다.

클라크 의원은 보수당 내에서 르완다 안전법안 반대 여론을 이끌어 온 인물이다. 그는 기고문에서 "국민들은 왜 우리 정부가 매년 수만명의 사람들을 해협을 건너도록 내버려두는지 궁금해한다"며 "총리는 '국경이 있을 수 없다'는 민주주의에 반하는 국제법 해석을 슬프게도 받아들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북아프리카·중동에서 출발한 밀입국 증가로 골머리를 앓던 영국은 2022년 4월 보트를 타고 자국에 도착한 난민 신청자를 르완다로 송환하는 대신 체류비를 지원하는 합의를 르완다 정부와 체결했다. 같은 해 10월 취임한 수낵 총리는 난민 신청 건수를 줄이겠다고 선언하면서 반(反)이민 기조를 이어갔고 르완다에 난민 수용에 대한 대가로 2억4000만파운드(약 4000억원)를 선납했다.

그러나 수낵 총리는 대법원에서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지난해 11월 영국 대법원은 정부가 르완다와 체결한 합의는 위법이라고 대법관 5명의 만장일치로 판결했다. 르완다를 난민 신청자들이 가기 안전한 제3국으로 간주할 수 없어 양국 간 합의가 유럽인권조약을 포함한 다수의 국제 인권법과 상충한다는 판단에서다.

1951년 채택된 유엔 난민협약에 따라 당사국들은 분쟁이나 박해를 피해 탈출해 자국에 도달한 민간인을 보호해야 하며 이들을 강제로 추방하거나 제3국으로 송환할 수 없다. 현재 한국과 영국을 포함해 약 150개국이 난민협약에 가입했다. 영국 등 유럽국들이 마련한 유럽인권조약도 난민 추방 및 송환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이에 수낵 총리는 르완다를 난민 체류가 가능한 안전국으로 규정하고 르완다에 머무는 난민 신청자들이 향후 자격 심사에 탈락하더라도 영국 이외의 다른 국가로 추방하지 못하도록 강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르완다 안전법안이 공개되자 지난달 수낵 총리의 측근이었던 로버트 젠릭 보수당 하원의원은 난민 송환 정책이 크게 후퇴했다며 이민부 장관직을 내려놨다.

클라크 의원을 포함한 보수당 강경파 하원의원 60명은 수낵 총리의 르완다 안전법안에 대항해 난민신청자의 영국 법원 항소와 유럽인권재판소의 개입을 원천 차단하는 초강경 수정법안을 발의했다. 이들은 르완다 안전법안만으로는 난민 송환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영국 정부는 첫번째 르완다행 송환기를 띄우려고 했지만, 유럽인권재판소의 막판 개입으로 지금까지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수낵 총리의 르완다 안전법안은 우여곡절 끝에 지난 17일 하원 표결에서 찬성 320표·반대 276표로 가까스로 가결됐다. 수낵 총리는 한숨 돌리게 됐지만, 표결 직전 리 앤더슨 보수당 하원의원과 같은당 브렌던 클라크스미스 하원의원이 '반란표'를 행사하겠다며 당내 부의장직을 동반 사임해 '상처 뿐인 승리'란 평가를 받았다. 르완다와 맺은 난민 송환 협약의 비준 자체를 아예 연기하자는 결의안이 22일 영국 상원에서 통과된 것도 수낵 총리로선 부담이다.

지난해 11월 영국 대법원이 정부의 난민 신청자 르완다 송환 정책은 위법이란 판결을 내린 가운데, 이에 앞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영국 시민들이 런던에 위치한 대법원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모습. 2023.11.15.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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