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2050년까지 원전 발전량 4배 증대한다…70년만에 최대규모

5년마다 신규 원전건설 추진…전력수요 17%→25% 감당
노후원전 4기 수명연장 수순…SMR 전용 우라늄은 국산화

2022년 4월 영국 잉글랜드 서밋주 브리지워터에 위치한 '힝클리 포인트C' 원전이 지어지고 있는 모습. 2022.4.8. ⓒ AFP=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영국이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고 탄소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량을 지금의 4배 수준으로 늘린다.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 외에 신규 원전 추가 건설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차세대 원전에 쓰일 연료도 5040억원을 들여 개발한다.

로이터·AFP 통신과 더타임스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11일(현지시간) 이러한 내용을 담은 원전 운용 계획을 발표했다. 영국 정부는 우선 국제사회가 설정한 탄소중립 이행 원년인 2050년까지 원전 발전 용량을 현재의 6GW에서 24GW로 높여 자국 내 전력 수요의 4분의 1 정도를 감당한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영국 정부는 "70년 만에 최대 규모로 진행하는 원전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영국 정부는 2030년부터 2044년까지 5년마다 3~7GW 규모의 신규 원전 투자를 검토하고 건설 속도를 높이기 위한 규제 완화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날 리시 수낵 총리는 "원전은 영국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완벽한 '해독제'"라며 "친환경적이고 장기적이면서도 저렴한 에너지 안보를 보장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9일 영국 원전 운영사인 프랑스 국영 에너지기업 EDF는 4년 뒤 폐쇄되는 노후 원전 4기의 수명을 추가로 연장하는 방안을 당국과 논의 중이며 연말까지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연장안이 확정되더라도 현재 4기 발전 용량이 도합 4.7GW에 불과한 만큼 원전 추가 건설은 불가피하다고 영국 정부는 판단했다.

현재 영국 내 원전은 모두 5기로 1970~80년대 준공돼 설계 수명 30년을 이미 채운 상태다. 원전 노후화로 전체 전력 생산량 중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대 27%에서 현재 15% 수준으로 떨어졌다. 2년 전 보리스 존슨 내각은 2030년까지 신규 원전 8기를 건설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착공된 원전은 잉글랜드 남서부에 자리한 '힝클리 포인트 C'가 유일하며 이마저도 공사비 문제로 가동 개시일이 2027년으로 미뤄졌다.

이날 영국 정부는 힝클리 포인트C 건설 차질을 최소화하는 한편 잉글랜드 남동부에 들어설 '사이즈웰 C' 원전에 대해서도 조만간 투자 유치 절차를 마무리해 연내에 착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두 발전소가 정상 가동되면 각각 6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사이즈웰 C급 원전 추가 건설을 5년마다 승인해 2050년까지 건설되는 신규 원전 수를 8기로 늘린다는 게 영국 정부의 구상이다.

아울러 영국 정부는 차세대 원전으로 평가받는 소형모듈원자로(SMR)에 사용되는 '고순도 저농축 우라늄'(HALEU)의 국산화를 위해 약 3억파운드(504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첫번째 생산시설은 2030년대 초 영국 북서부 지역에서 문을 열 예정이다. 유럽 내 유일한 HALEU 생산국은 러시아다. 이날 클레어 쿠티뉴 영국 에너지부 장관은 "다시는 블라디미르 푸틴과 같은 독재자에게 몸값을 지불하지 않겠다"고 했다.

seongskim@news1.kr